재난소득 1호 ‘전주의 실험’… 코로나 극복 대표 사례되나

입력 2020-03-19 04:06
영세 소상공인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를 찾아 코로나19 피해 지원금 상담을 받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한국판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을 처음 실시하는 곳은 전북 전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 전체가 큰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전주시는 가장 ‘현금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을 선별해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택해 실천에 나섰기 때문이다. ‘돈 퍼주기’ 논란을 원천 봉쇄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복지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난기본소득’은 대상자 선별부터

전주시는 지난 13일 시의회를 통과한 재난기본소득의 대상과 선정방법의 기본 룰을 정했다.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에 해당되는 전주시민만 ‘긴급생활안정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지원받을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다시 이들 가운데서도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일용직 근로자, 비정규직 근로자, 일시적 실직자 등으로 대상자를 더 좁혔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로 일거리를 얻을 수 없는 일용직 근로층에 포커스를 맞춘 셈이다.

이렇게 추려내면 전주시민 가운데 5만명 정도가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자가 된다. 시는 이들에게 1인당 52만7000원을 3개월 동안 지급한다. 일자리를 잃어 생계를 꾸려갈 수 없는 이들에게 ‘긴급 현금 수혈’을 하는 것이다.

가장 피해가 극심한 자영업자, 영세 소상공인을 제외한 것은 이들은 다른 제도를 통해 지원책이 마련돼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자영업자 등을 위한 별도의 재정지원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대상자와 기초생활수급자도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급대상자에서 빠진다. 중앙정부발·지자체발 복지제도의 수혜자라고 판단해서다.

기본소득은 3개월 안에 전주에서만

대상자로 선정되면 3개월 동안 52만7000원짜리 지역은행 체크카드를 지급받는다. 이 돈은 이 기간 안에 전주시내의 음식점과 옷집, 커피숍, 전통시장과 필수생필품 판매업소 등에서 전액 소비해야 한다. 반드시 전주지역의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업소여야만 하며, 유흥주점이나 혐오시설 등에서의 사용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소비를 제한한 것은 재난기본소득이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생계수단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앙만 쳐다보다 때 놓친다’ 절박감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에 들어가는 돈은 전액 전주시의 자체 예산이다. 시 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5만여명에게 3개월 동안 52만7000원을 지급하는 데 들어가는 현금은 263억5000만원 정도다. 여기엔 중앙정부나 전북도로부터 지원되는 교부금 등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 100% 자체 예산인 셈이다.

전주시가 이처럼 자체 예산만을 동원해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나선 것은 중앙정부의 도움만 바라며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시급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내가 힘들 때 누군가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회적 연대 운동을 통해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