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 입으로 말했다 “어느 때보다도 힘들다”고. 힘든 걸 뻔히 알면서도 ‘요새 어때요’라고 묻는 게 괜히 미안해 마지막엔 꼭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했는데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가 돌아왔다. “이렇게라도 말하니 풀리네요. 감사해요.” 누구 하나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던 그 마음이 확 다가왔다. 이들에겐 위로가 필요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늘 북적이던 거리들도 한산해졌다. 강남, 강북 지역을 가리지 않고 소상공인들은 누구보다 차가운 꽃샘추위를 겪고 있다. 지난 16, 17일 이틀간 홍대, 이태원, 여의도, 강남 등 사람 몰린다는 곳들은 다 돌아다녔지만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매출이 반토막이면 다행이었고, 임대료는 이미 연체됐다.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려고 주변에서 돈을 빌리는 사장님들도 있었다. 모두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암울한 상황을 얘기하면서도 짜증내거나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지인들과 힘듦을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함께 견디고 있었다. “저희만 힘든 건 아니니까요”라며 사람들이 거리로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금이 3조원 더 생겼지만 소상공인들에게 체감되는 건 없다. 대출도 빚인지라 ‘정책자금 대출’을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상인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폐업을 생각했다. 그래도 버티는 건 “이렇게 장사가 안돼서 어떡해요”라며 건네오는 손님의 걱정 어린 말 한마디가 있기 때문이었다.
정치권에선 코로나 사태 대처 방안을 놓고 연일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얼마나 더 좋은 대책을 내놓는지 따지며 흠집 내고 비판하기 바쁘다. 그 사이 소상공인들은 문을 닫았고, 주변에 돈을 빌렸고, 적자에 시름하고 있었다. 얼마만큼의 지원금이 더 필요한지 냉철히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현장을 봐야 한다. 하루 빨리 코로나를 잡는 데 여야 가릴 것 없이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현장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조치가 어떤 것인지 직접 들어야 한다. 위로와 격려를 담은 말 한 마디를 품고.
정진영 산업부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