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식사 거부… 中 우한 시민, 이젠 트라우마와 전쟁

입력 2020-03-19 04:07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전염은 진정됐지만 피해가 가장 혹독했던 우한시민과 의료진은 이제부터 트라우마와의 싸움을 시작했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우한의 임시병원에서 심리상담을 해온 심리학자 펑창은 “일부 환자들은 불안감으로 인한 수면장애 탓인지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가족을 잃은 충격 때문에 늘 불평하고 화를 내는 환자도 있었고, 일부는 식사조차 거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병이 완치돼 퇴원한 환자들은 지역사회나 학교, 직장으로 돌아갔을 때 전염병을 앓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토로하고 있다. 펑창은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일단 죽고, 병에서 회복된 환자들은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퇴원한 환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환자들과 가족뿐 아니라 의료진도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상하이 정신건강센터 부소장인 왕젠은 코로나19 중증환자가 많았던 우한 진인탄병원의 경우 의료진의 30%가량이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왕젠은 “일부 의사와 간호사들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살인적인 업무 부담 때문에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간 뒤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그 때문에 우한 의료진에게는 수십병의 수면제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왕젠은 “우한 의료진은 초기에 그렇게 많은 환자들이 한꺼번에 숨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며 “환자들은 죽는 순간에도 의식이 살아 있어 고통으로 고함을 지르며 도움을 호소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간호사와 의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4월 4일 청명절 즈음에 우한시민들은 2개월간의 봉쇄가 풀려 거리로 나가 쇼핑을 하거나 일부는 코로나19로 숨진 가족의 유골을 찾기 위해 장례식장에 갈 것”이라며 “그때가 우한시민들의 심리 상태가 드러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