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자폐아 母子의 비극

입력 2020-03-19 04:09

제주 경찰서에 다급한 신고전화가 들어왔다. “아내와 아들이 유서를 써놓고 집을 나갔는데,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남편 A씨(49)의 목소리였다. 퇴근해 보니 아내 B씨(48)와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C군(18)이 없어 주변을 찾았지만 소재를 알 수 없었고, 집안을 뒤져보니 유서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주변 수색과 동시에 B씨와 C군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나섰고, 이들이 탄 승용차의 위치를 알아내 현장으로 달려갔다.

경찰은 17일 오후 3시45분쯤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공동묘지 인근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두 모자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눈을 감은 채 숨져 있었다. 경찰은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B씨가 남긴 유서에는 “삶이 힘들고 고달프다…아들이 걱정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또 자폐증을 앓아온 아들을 돌보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담겨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로 초·중·고 등 각급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장애인 특수학교도 긴급돌봄에 들어갔다. 제주 소재 한 특수학교에 다니던 C군은 겨울방학부터 16일까지 주로 집안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학교의 ‘긴급돌봄’을 신청하긴 했지만, 부모는 “괜히 돌봄교실에 갔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이 출근하면 주로 혼자서만 C군을 돌봤던 B씨는 주변사람들에게 “건장한 청년의 몸이 된 아들을 점점 더 제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자기 세계에 빠져 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행동이 거칠어지고, 특히 하루 일과가 달라지면 부쩍 예민해지는 자폐아의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장애를 가진 아동·청소년은 학교 출석이 필수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배움도 배움이지만, 부모가 감당할 수 없는 특수한 ‘돌봄’을 제공받기 때문이다. 한 발달장애 전문가는 “고통스런 삶에 내몰린 어머니의 우울감이 극단적 선택을 낳는 데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으면 개학 연기도 없었을 거고, 이런 일도 없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제주에는 1507명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5~20세 내외) 중 478명이 공·사립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