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아버지는 운영하던 사진관 문을 닫고 술로 살았다. 그러다 내가 군에 있을 때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그 영향으로 신앙심 좋은 어머니도 다음해 돌아가셨다. 초등학교 6년간 반장, 대학교에선 과대표, 군에서 소대장, 중대장을 하며 남달리 능력을 인정받았고 인간관계도 원만했던 나는 갑자기 동생과 둘이 남은 막막한 세상이었지만 새로운 각오도 생겼다. 그러나 아내를 만나면서 수시로 사고를 일으켰다. 아내는 결혼 전 지인에게 빌려준 1000만원을 받아내주었고 주소 착오로 자동차 세금과 범칙금 누적 과태료가 엄청나게 나왔을 때도 자신이 저축했던 500만원으로 해결해주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세계여행을 하고 싶었다. 해양 관련 대학을 졸업해 항해 면허가 있던 나는 외항선 선원으로 돈을 벌며 여행하겠다고 배를 탔다. 그런데 너무 큰 배여서 물건만 내리고 사람은 내릴 수 없어 육지 한번 밟지 못하고 바다만 바라보다가 몇 달 만에 돌아왔다. 그러다 사장님이 되겠다는 꿈을 꾸며 다단계에 발을 디뎠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아내가 당장 그만두라고 해 결국 다단계도 접었다.
일상생활에서도 늘 충동적이고 엉뚱했다. 모기를 잡는다고 전기 모기채를 아내에게 대서 감전되기도 했고 엄청난 음주 도주 사건도 벌였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경찰에게 잡혀 도망가려고 광란의 질주를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3중 추돌 사고를 내고 어느 집 대문을 박고 체포됐다. 그 때도 아내는 재판장에게 편지를 쓰고 항소하는 등 해결사 역할을 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수 없다는 생각에 아내의 소원대로 군무원이 됐다. 어느 날 아내가 친정 가족들이 방송에 나왔다며 하나님이 자신을 부르는 것 같다며 한마음교회에 가자고 했다. 감각이 전혀 없던 나는 “당신 천국에 갈 때 옷자락 붙잡고 같이 가면 안 돼?” 했지만 결국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예배 후에 예수님을 만난 아내가 갑자기 “이젠 당신이 내 머리가 돼줘” 했다. 너무 놀란 나는 ‘하나님 이 일을 어찌합니까’ 육군 맹호부대 중대장으로 병사들의 머리는 돼 봤지만 아내의 머리 되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내게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날 처음 예배에 흠뻑 빠져 두 손을 번쩍 들고 ‘주여!’ 외치고 목청껏 찬양을 불렀다. 그날 이후 오직 예수님께 초점을 맞췄고 예수님에 대해 성경의 예언이 이루어진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어느 날 예수 영화를 보는데 순교한 제자들이 딱 보였다. 특히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는 도마를 보는 순간 부활하신 예수님이 정확히 보였다. ‘와! 예수님의 부활이 진짜였구나!’ 부활은 내가 정말 상상도 못한 실제 사건이었다. ‘부활이 없으면 우리의 믿음도 헛것이고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라는 고린도전서 말씀이 임하며 십자가에 달리신 분은 진짜 하나님이고 나의 주인임이 선명해졌다. 이어서 죄 많은 내 옛사람을 죽이고 새 피조물로 창조하시고 주인 돼주신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회개해야 할 죄임을 알게 되는 순간 바로 엎드려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아내의 머리가 되려면?’ 하던 고민도 바로 풀어지고 내 삶도 변하기 시작했다. 술이 끊어지고 TV 대신 성경을 보며 사랑으로 가족을 품고 예배드리는 가장이 됐다. 주위에서 아내보다 더 많이 변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천방지축 철없는 남편이었지만 영혼을 찾아 복음을 들고 달리며 천국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걸음을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박상훈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