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경동교회(사진)는 한국교회 건축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도로변에 있지만 예배당 문은 도로에서 보이는 정면이 아닌 건물 뒤편에 있다. 외벽엔 창문이 거의 없어 폐쇄적인 건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 안으로 발을 내디디면 상황은 달라진다. “존재의 정신을 얼마나 황홀한 경이로 끌어올리는지” 실감할 수 있다. 예배당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어머니의 자궁으로 향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건물은 “하나의 고요의 방주”와도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는 경동교회를 “공간 자체만으로도 종교적 사유가 가능한 공간으로 전환한, 이른바 전환 논리의 선봉에 서 있는 건축물”이라고 평가한다. 이 밖에도 책에는 한국교회 22곳의 예배당이 지닌 가치를 하나씩 살펴본 내용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이런 작품을 발표한 이는 소설가 주원규(45)다.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그는 서울 강남 클럽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을 통해 큰 관심을 끌었었다(소설 속 내용은 지난해 한국사회를 뒤흔든 ‘버닝썬 사태’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이 같은 이력의 소설가가 한국교회 예배당 탐방기를 펴낸 것은 이색적으로 여겨질 법하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안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주원규는 성공회대에서 신학을 공부한 목사이기 때문이다.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대형교회부터 작은 교회까지 저마다 특색 있는 교회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 교회의 역사를 통해 저자는 한국교회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분석하면서 미래를 내다본다. 제목을 ‘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라고 지은 이유는 서문에 담긴 이런 글에서 엿볼 수 있다. “한국교회는 ‘이미’와 ‘아직’ 사이에 형성된 긴장 속에서 지금도 치열한 역사를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신의 축복과 그 가치의 온전함은 교회 예배당을 이미 가득 채우고 있지요. 하지만 신을 발견한 기쁨을 지난한 우리 삶과 사회, 공동체에 실천해가는 길은 아직 요원하기만 합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