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일과 9일 잇따라 발사체 도발을 감행했다. 우리 군 당국은 이 발사체를 ‘단거리탄도미사일’로 분석했으나 북한은 “방사탄을 쐈다”거나 “장거리 포병부대 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매체의 사진을 보면 최근 발사한 무기는 ‘초대형 방사포’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4차례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 발사하며 그 모습을 공개해 왔는데 이번에 사용한 무기와 같은 모습이다. 즉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를 쐈다고 하는데 우리 군은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탄도미사일 기능을 접목한 방사포
결론부터 얘기하면 북한이 지난해 8월 24일부터 이달 9일까지 6차례 발사한 발사체는 ‘탄도미사일 기능을 접목한 방사포’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접목한 방사포다. 발사체계가 다연장 발사체계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발표대로 방사포라고 할 수 있지만 탄도미사일이라고 불러도 틀린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방사포는 우리 무기 체계상 ‘다연장 로켓’이라고 부른다. 2문 이상의 로켓탄이 탑재된 다연장 로켓, 즉 방사포는 광범위한 지역을 타격한다. 야포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대량의 로켓탄을 빠른 속도로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 우리 군은 2015년부터 실전 배치된 다연장 로켓 ‘K239 천무’를 운용 중이다. 구경은 230㎜, 최대사거리는 80㎞다. 연속으로 12발의 로켓탄을 쏠 수 있다. 일반적인 방사포는 ‘양’으로 승부하는 대신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유도 기능을 갖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은 최근 기술 개발을 통해 방사포의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유도 장치와 자동항법장치(GPS)를 포에 장착한 것이다. 지난해 모두 합쳐 12차례 발사체 시험을 한 결과다.
또 북한은 방사포의 구경을 늘리는 한편, 사정거리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24일 구경 600㎜, 최대사거리 400㎞로 추정되는 ‘괴물’ 방사포를 쏘아올렸다. 당시 북한 매체는 “세계 최강의 우리식 초대형 방사포 개발은 전례 없는 기적”이라고 선전했다.
북한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포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미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를 단거리탄도미사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감안하면 탄도미사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비행 궤적도 유사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초대형 방사포는 당연히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며 “구경이 600㎜여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가장 위험한 무기”라고 평가했다. 군의 한 관계자도 “커피우유의 품질을 높여 커피숍에서 파는 카페라떼와의 맛의 차이를 없앤 것과 같다”며 “이름은 커피우유이지만 사실상 카페라떼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사 능력 갖추면 우리 군 방어체계 무력화
북한이 지난 2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것은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95일 만이다. 도발의 배경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방사포 개발을 재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데에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한다.
이 무기가 실전용으로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려면 4발을 짧은 시간 내에 연속 발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북한의 기술은 여기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지난 9일 첫 번째 발사와 두 번째 발사 간격은 20초였으나 세 번째 발사는 두 번째 발사 이후 1분이 지난 뒤 이뤄졌다. 네 번째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거나 불발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우선 과제는 초대형 방사포의 연발사격 능력을 완성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군의 단거리미사일 전력은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 북한은 이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따라잡으려 한다. 북한이 연사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현 우리 군 방어체계로는 이를 격추하기 어렵다.
북한이 신경쓰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다.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는 국제사회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인식되기 때문에 계속된 시험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된다. 이는 최근 한·미·일 군 당국이 방사포를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지역 5개국 유엔대사는 최근 북한의 도발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자위’라는 명분으로 돌파하려고 한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3일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지난 7일 “방사포병의 통상적인 훈련마저 규탄의 대상이고 결의 위반이 된다면 눈앞에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력은 무엇으로 견제하며 우리 국가는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을 지난해부터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등 면죄부를 줬다”며 “정부 태도도 미온적이어서 계속되는 북한의 기술 개발을 눈뜨고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