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4월 개학’ 현실화… 수능 일정도 미뤄지나

입력 2020-03-18 04:05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 책상 위에 줄넘기와 사인펜, 노트 등 학교에서 마련한 입학 기념 선물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정부가 이날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4월 6일로 추가 연기함에 따라 이 선물은 주인을 2주 더 기다리게 됐다. 최현규 기자

전국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 개원과 초·중·고교 개학일이 다음 달 6일로 잠정 결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개학 날짜는 다소 앞당겨질 수도, 더 늦춰질 수도 있다. 감염병 우려 때문에 모든 유·초·중·고교의 학사 일정이 한 달 이상 마비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국 학교들의 학사 일정은 꼬이게 됐으며 대학 입시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국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중·고·특수학교 개학일을 4월 6일로 2주 더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개학일은 당초 2일에서 9일, 다시 23일, 또 다시 다음달 6일로 세 차례 미뤄지게 됐다. 당초 개학일에서 무려 5주나 늦춰지는 것이다.

정부는 학교 내 감염과 학교를 매개로 한 지역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미성년자 누적 확진자가 이달 7일 379명에서 14일 505명으로 증가했다”면서 “학교는 지역사회 주요 감염원이 될 우려가 있으며 학생으로 시작해서 가정을 거쳐 사회적 전파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한 개학이 가능한지 판단하려면 현 시점부터 최소 2~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 의견을 존중했다”고 덧붙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23일에서 다음 달 6일로 추가 연기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4월 개학’으로 전국 학교의 학사 일정은 꼬이게 됐으며 대학 입시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윤성호 기자

다만 개학일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3월 말로 앞당겨지거나 최악의 경우 ‘4차 개학 연기’가 단행될 수도 있다. 유 부총리는 “감염병 확산세에 따라 4월 6일 전에 개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입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여부는 빨라야 다음 주 가닥이 잡힐 예정이다. 당초 교육부는 오는 31일 수능 시행일을 포함, 올해 수능 시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 부총리는 이날 “31일 수능 시행계획 발표가 가능한지 다음 주 후반쯤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수능 시행계획 발표가 밀리면 수능 연기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이는 다음 달 6일 개학 여부와도 맞물려 있다. 다음 달 6일 개학을 하려면 31일쯤에는 개학 여부를 확정해 일선 학교에 알려야 한다.

교육부는 개학일이 불투명하므로 대입 일정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능 연기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이 경우 대학의 입학 사정 업무에 얼마나 지장을 초래하는지 등 현재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며 개학이 확정되면 대입 일정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입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6·9월 모의평가, 수시 모집, 수능 등이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간다. 하나가 어그러지면 다른 일정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사교육 의존도는 더 올라갈 전망이다. 재수생들이 이미 사교육으로 대입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고3 학생들도 사교육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