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리인하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경제 충격’이 수습되지 않자 재정정책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원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정부도 기존의 추경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재난수당, 2차 추가경정예산, 감세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빚을 내서라도 돈을 뿌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선별적 지원과 실효성에 집중하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야 경제가 살아나 재정 건전성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를 조금이라도 지탱하기 위해 우선 기존의 계획된 자금부터 신속히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에서 통과된 추경 11조7000억원을 포함한 경제 피해 극복 패키지 예산 32조원부터 실물 경기 회복을 위해 쓰여지게 된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실물과 금융 부문 모두를 동시에 강타하는 미증유의 상황을 야기한 만큼 추가 대책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장이 요구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했던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도입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재난기본소득 도입 건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현금 수당식 선별적 지원이 유력하다. 지금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돈을 뿌리는 것은 효과가 적다는 판단에서다. 현금 수당의 경우 일시적이고 필요한 계층에 선별적으로 지원하기에 재원 규모도 보편적 지원보다 적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방위적으로 재정을 투입한다면 증세 등에 대한 걱정으로 오히려 민간이 위축될 수 있다. 운수, 관광, 유통 등 피해를 입은 업종에 대한 직접 지원 강화가 낫다”고 말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가계도 돈이 없으면 가장 필요한 곳부터 돈을 쓴다. 지금은 모두에게 100원을 주는 것보다 필요한 사람에게 1000원을 주는 것이 나은 상황”이라며 “대구·경북 지역이나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이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세금 감면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대규모 감세 계획안이 나온 바 있다. 수출 내수 할 것 없이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이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감세가 적극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인 소득세 감면은 고소득층에게 오히려 혜택이 돌아갈 수 있고, 중소기업은 원래 세 부담이 크지 않아 법인세 감면이 실효성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어떤 감세안이 좋은지 핀셋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기업이 사업용 설비투자를 하면 10%의 세액공제를 적용해주는 임시투자 세액공제를 3년간 한시 운영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2차 추경안 필요성도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정부는 부인하고는 있지만 하반기 예상되는 적자 살림과 세수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편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발 금융위기를 맞아 ‘재정 투입→경제 성장→재정건전성 회복’의 선순환을 노리고 있다. 나랏빚도 경제가 같이 성장하면 부담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세종=전슬기 이종선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