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 지역을 넘어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다. 수도권 신규 확진자 수가 대구·경북 신규 확진자 수를 넘어서면서 감염병 최전선이 바뀌었다. 방역 당국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해 병상 확보 등 본격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 해외 재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입국자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는 등 검역 그물망도 확대할 방침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 0시 대비 84명 늘어 8320명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신규 확진자 중 절반이 넘는 44명이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나왔다. 국내 1차 유행을 이끌었던 대구·경북의 신규 확진자 수(37명)를 넘어선 수치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경기도에서 대구만큼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수도권은 인구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으며, 과밀시설이 집중되어 있어서 감염 확산에 대한 대응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 성남 은혜의강교회도 확진자들의 거주지가 다양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될 낌새를 보이고 있다. 이날까지 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134명으로 늘었다. 은혜의강교회와 관련해선 4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수도권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 내 2, 3차 감염을 우려하며 본격적인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구로 콜센터는 직원(88명) 외에 46명이 가족과 지인 등이 2차 감염된 사례였다. 콜센터 확진자에서 시작돼 부천 생명수교회에서 2차 감염이 벌어졌고, 이 교회 신도와 접촉한 이들까지 3차 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전날부터 태릉선수촌에 210실 규모의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시작해 7명이 입소했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생활치료센터 개소를 준비 중이다.
방역 당국은 국내의 감염 차단 노력과 더불어 해외에서 재유입되는 감염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특별입국절차 대상자를 전체 입국자로 확대했다. 19일 0시를 기해 국내에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은 특별입국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강립 제1총괄조정관은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아시아 지역 등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모든 입국자에 대해 보편적으로 특별입국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0시까지 입국자 중 5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 47명이 내국인이었고 중국 국적 6명, 프랑스 1명, 폴란드 1명이었다. 확진된 입국자의 체류지로는 유럽이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별입국절차가 확대되면 대상자는 2130명에서 1만3000명 수준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항검역과정에 인력 73명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입국자들은 기내에서 건강상태질문서와 특별검역신고서를 작성하게 되고, 입국장에서 발열 검사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증상자로 분류되면 입국장 내 격리시설에서 진단검사가 진행된다.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자가진단 앱’을 깔고 매일 증상 유무를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앱을 통한 관리뿐만 아니라 각 보건소에서 모니터링 대상자들에게 매일 1회 이상 전화로 상태를 확인하도록 할 방침이다.
최예슬 최지웅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