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대유행(pandemic·팬데믹)을 불러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예방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사람 대상 임상시험은 68건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치료제의 경우 이르면 4, 5월 중 효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은 진행 속도가 가장 앞선 경우라도 내년 가을쯤이나 결실을 볼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17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약품 임상시험 등록기관인 미국 국립보건원(NIH) 클리니컬트라이얼스(ClinicalTrials.gov)에 신규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모두 68건이다. 치료제 관련이 65건, 백신 관련 3건이다.
치료제 임상시험 65건 가운데 학술 목적으로 시행되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39건,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24건, NIH 및 미국 연방 후원 임상시험 2건이다. 유형별로는 화합물의약품 임상시험 53건, 바이오의약품 8건, 기타 4건이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이미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포함해 발표됐거나 계획된 임상시험이 100건 이상 보고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시판 중이거나 개발 중인 약물을 이용해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 방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오리지널 신약보다 개발 비용과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약물이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다. 이달부터 국내외에서 다국가 임상시험(제약사 주도 임상3상, 미국 NIH 주도 연구자 임상2상)이 시작됐다.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결과는 이르면 5월 중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다음 달 중 결과 발표를 공언한 바 있다.
또 수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속도 측면에서 2개의 후보 백신이 가장 앞서 있다. 미국 NIH와 생명공학기업 모더나사가 공동개발한 RNA백신(메신저RNA-1273)과 이노비오의 DNA백신(NO-4800)이다. 이들 백신은 바이러스 등 병원체의 유전자(RNA 혹은 DNA) 중 일부를 인공적으로 복제해 만든다. 이것을 근육에 주사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실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면역이 되게 하는 원리다. 기존 단백질 백신에 비해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개발기간을 10분의 1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NIH 산하 연구소가 16일(현지시간) 1명에게 모더나사의 RNA백신을 처음 투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생명공학기업 제넥신도 코로나19 DNA백신 ‘GX-19’ 개발에 들어갔으며 빠르면 7월 중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류 센터장은 “DNA, RNA백신은 고도의 재조합 혹은 증폭기술이 필요하고 아직 대규모 임상3상까지 진행된 적 없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