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실험이 시작됐다. 중국 연구진은 원숭이 실험에서 코로나19 항체가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시애틀의 ‘카이저 퍼머넨트’ 보건연구소가 18~55세 건강한 성인 자원자 4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일단 4명이 백신 주사를 맞았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약 1개월의 간격을 두고 각기 다른 분량의 백신 주사를 두 차례 투여받을 예정이다.
이번 백신 실험의 목적은 우려스러운 부작용이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메신저RNA-1273’이라고 명명된 이 백신은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바이오테크기업 모데나 세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했다. 임상시험 결과는 7월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신이 실제 효능이 있고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돼도 일반에 상용화되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지난 11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임상시험에 진입하는데 최단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 우리가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며 “일반인 대상 실제 접종으로 이어지기까지 1년에서 1년반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세계 전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약 35곳의 회사와 연구 기관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의학과학원 의학실험동물연구소가 실시한 원숭이 실험에서 코로나19 감염 후 건강을 회복한 원숭이들에게서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항체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원숭이 4마리에게 바이러스를 주입해 감염시켰다. 한 달 후 더이상 코로나19 증상을 보이지 않는 원숭이 2마리에게 연구진은 또다시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원숭이들은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랐지만 다른 증세는 보이지 않았다. 2주 후 원숭이들을 안락사시키고 부검한 결과 매우 높은 수준의 항체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됐다면 백신이 개발돼도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겠지만, 항체가 확인된 만큼 그렇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숭이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만큼 참고할 가치가 있는 실험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