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차가 하루에 1대도 안 나가는 날이 매주 생기고 있어요.”
배준영(54) 우리렌트카 대표는 32년째 렌터카 업계에 몸담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봄 성수기는 옛말이 됐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은 급감했고, 꽃놀이를 가는 내국인 관광객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배 대표는 17일 “두 달 가까이 차를 다 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진석 서울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 부장도 “사람들이 이동을 안 하니 심지어 차량사고도 나지 않아 사고대차도 줄었다”고 밝혔다.
렌터카 업체는 대부분 차량을 할부로 구매한다. 매달 할부금과 보험료, 임대료, 인건비 등이 고정적으로 나간다. 배 대표는 “식당은 손님이 없으면 식재료를 덜 사와서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렌터카는 그럴 수 없다”며 “고정 지출이 정말 큰 업종”이라고 했다.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 등은 지출의 50% 정도를 차지해 렌터카 업체에 가장 큰 부담이다. 서울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은 차량 캐피털 업체에 할부금 납부를 3~4개월 유예해줄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배 대표는 “유일한 자산인 차량이 부채로 잡히다보니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며 “할부금 유예라도 되면 부담을 덜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배 대표는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10개 지점에서 235대의 렌터카로 영업 중이다. 렌터카 주차공간도 모두 돈이다. 그는 “주차공간 확보에 한 지점에서만 매달 400만~500만원이 나간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의 80%가 줄어들자 10명 남짓한 직원들의 인건비도 버거워졌다. 그간 매출의 20%는 인건비에, 50%는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에, 그 외 광고비와 임대료에 사용됐는데 간신히 인건비만 나오는 상황이 됐다. 결국 배 대표는 지난달 5대의 차량을 팔아 돈을 마련했지만 5000만원 정도 적자가 났다. 배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무급 교대근무를 제안했다. 직원들은 난색을 표했다. 배 대표는 “이달까지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다 줬다”며 “계속 차를 줄이게 되면 직원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읊조렸다.
이미 일부 렌터카 업체는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주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서울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 회원 250개사 중 25개를 조사한 결과 9개 업체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12개 업체가 무급휴가를 실시 중이다. 배 대표는 “직원들보다는 형편이 나으니 충격을 다 흡수하고 있는데 버티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버티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정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래도 배 대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렌터카 사업체 등록을 위해서는 50대의 차량을 보유해야 한다. 일부 영세업체는 차량을 50~60대만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아 차량을 매각해 돈을 마련할 수도 없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