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이 “본토가 안전하다”며 앞다퉈 귀국길에 나서면서 항공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해외에서 역유입되는 코로나19 확진자 차단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국제선 감축, 강제격리 등 귀국자 수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1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영 항공사 에어차이나가 전날 런던~베이징 항공편을 취소하고 앞으로 운항을 축소키로 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런던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은 지난 일요일부터 SNS를 통해 “중국행 항공편이 취소됐다” “많은 돈을 냈는데, 항공편이 없다” 등 불만을 쏟아냈다.
영국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주모군도 미리 예약해둔 런던~베이징 항공편이 취소됐다. 주군의 아버지는 “전염병 확산에 대처하는 영국 정부의 정책이 소극적이어서 아들을 다시 데려오기로 했다”며 “영국에 머무르는 것보다 베이징에서 격리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랑차오는 1주일 전쯤 오는 26일 뉴욕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직항을 예약했으나 항공편이 취소될 수 있다고 보고 31일 보스턴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을 별도 예약했다. 랑차오는 “처음 뉴욕에서 출발하는 표는 1600달러에 예약했는데, 불과 며칠 만에 가격이 폭등해 보스턴에서 가는 항공권은 2860달러에 샀다”고 얘기했다.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귀국전쟁이 벌어지면서 각국에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일부 항공권 좌석은 최고 2만5700달러(3180만원)까지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유입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40명을 넘어서는 등 전염병 역유입 사태가 우려되자 이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3대 국유 항공사인 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은 코로나19 역유입을 예방하기 위해 국제선 감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베이징시가 지난 16일부터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국적의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지정된 장소에 강제격리하고 격리비용을 자부담으로 변경한 것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중국인 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하루 동안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는 21명이고 사망자는 13명이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중국 본토 내에서 발생한 환자는 후베이성 우한에서 1명뿐이었고, 나머지 20명은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였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