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 선수 35% 확진… 유럽축구 일정 전면 수정

입력 2020-03-18 04:06 수정 2020-03-18 14:55
발렌시아 수비수 호세 루이스 가야(오른쪽)가 지난달 19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에서 아탈란타의 한스 하터부르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가야는 이 경기를 치르고 스페인으로 돌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유럽 축구가 ‘무방비 상태’다. 각국 리그가 중단된 상황에서 이강인 소속팀인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는 선수단의 35%나 코로나19 집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를 1년 연기했다.

발렌시아는 17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선수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체 선수단의 약 35%가 감염됐다”고 밝혔다. 발렌시아는 전날 선수단 중 5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했다. 여기서 다수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한 것이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에세키엘 가라이(33·아르헨티나), 엘리아킴 망갈라(29·프랑스), 호세 루이스 가야(25·스페인), 팀 주치의 후안 아가, 선수단장 파코 카마라사 등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들은 모두 무증상 상태로 자가 격리돼 치료를 받으며 훈련 계획을 소화하고 있다. 가라이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0 시즌을 잘못 시작한 게 분명하다”며 “보건 당국의 말을 잘 들으며 당분간 격리된 상태로 지내려 한다”고 전했다.

발렌시아는 집단 감염의 원인을 지난달 2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치른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아탈란타와의 원정경기(1대 4 패)로 보고 있다. 당시 선수단은 4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경기 후 며칠 뒤 밀라노가 포함된 롬바르디아주 등에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 발렌시아는 경기 뒤 선수단의 일반 대중과의 접촉을 최소화 하는 등 ‘엄격한 조치’를 취했지만 집단 감염을 막지 못했다.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리아 원정에 동행하지 않은 이강인은 다행히 감염을 피했다.

라리가 구단에서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까지는 이탈리아 세리에A 삼프도리아(7명), 피오렌티나(4명)에서만 집단 감염 사례가 있었다. 또 아틀레티코 포르타다 알타의 유소년 코치는 이날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직후 사망했다.

현지시간 16일 오후 기준으로 유럽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만40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2700여명에 이른다. 이탈리아에서 확진자 2만7000명과 사망자 2158명이 발생했고, 스페인에서 확진자 9000명과 사망자 300명을 넘어섰다.

마스크를 쓴 한 승객이 16일 루마니아 오코페니의 부쿠레슈티 헨리 코안더 국제공항 내벽에 붙어있는 유로2020 로고 옆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UEFA는 전례 없는 위기에 17일 55개 회원 협회 대표와 유럽 클럽 협회·유럽 리그 이사진,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대표가 모두 참여한 비디오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로 2020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까지 모든 UEFA 주관 대회들의 일정 변경이 논의됐다.

UEFA의 결정은 유로 2020의 1년 연기였다. 유로 2020은 올해 60주년을 맞아 6월 12일부터 한달 동안 총 12개국 12개 도시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이 중엔 로마(이탈리아)와 빌바오(스페인)도 포함돼 있어 정상 개최될 경우 코로나19의 더 큰 확산이 우려됐다. 이에 UEFA는 유로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홀수해인 내년 6월 11일부터 한 달간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UEFA는 콘퍼런스가 끝난 뒤 “각 구단과 국가대표팀이 치를 예정이었던 모든 대회와 경기를 무기한 연기한다”며 “향후 시즌 일정을 결정하기 위해 각국 리그와 클럽 대표들이 참여하는 실무 그룹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스페인 마르카의 보도에 따르면 5월 27일과 30일 열릴 예정이던 유로파리그·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각각 6월 27일과 30일로 한 달씩 미뤄지는 게 유력한 상황이다. 8강은 단판으로 치르고, 준결승 진출팀은 각 대회 결승전 개최 도시에 모여 한 주 동안 준결승·결승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대회 진행 방안도 유력하게 고려되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