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일반병동을 음압병동으로 간단히 바꿀 수 있는 ‘이동형 음압병동 장비’(사진)가 제주도 서귀포의료원에 설치돼 최초로 운영에 들어갔다. 일반병실을 음압병실로 전환·해제하는 작업이 비교적 수월해 감염병 확산시 전용 치료실 부족 사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귀포의료원은 지난 10일 이동형 음압병동 구축 장비를 활용해 음압병상 48개(13실) 설치를 완료했다고 17일 밝혔다. 의료원 4층 일부를 음압병동으로 전환했다.
의료원 측은 설치 후 차압 수준이 -6.2pa(파스칼)로 일반적인 음압병실 설치 최저기준인 -2.5pa보다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음압병실은 내부 기압을 낮추고 공기의 흐름을 한쪽으로 유도해 병원균과 바이러스의 이동을 막는 특수격리병실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8000명을 넘어섰지만 음압병실은 1200여개에 불과해 일부 지역에서는 확진자가 입원 차례를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개 병상을 음압화 하는 기존 시설과 달리 이동형 음압병동 장비는 병실 입구나 복도에 설치, 병동이나 특정 층 전체를 음압상태로 유지시키는 장비다. 헤파필터가 장착된 1개의 음압장비(송풍기)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텐트형 차단막으로 구성된다. 설치 비용도 개별 음압병실을 만드는 것보다 저렴하다. 일반병동을 음압병동으로 전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짧고 호환성이 높다는 이점이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확진자가 현재 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지만 지역 감염 확산시 전파 속도가 빠른 만큼 대비 차원에서 음압병상 간이 확보 시스템을 갖추고 가동에 들어갔다.
의료원 측은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일 때까지 음압병동을 운영하고 이후 다시 일반병동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서귀포의료원 원창석 총무과장은 “기존에 3개 음압병상이 있었는데 제주도가 음압병상을 늘려 달라고 요청해와 설치 방식을 고민하다 이동형 음압병동 장비 설치를 결정했다”며 “환자 발생 추이에 따라 이 장비를 이용해 음압병동으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