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0)는 17일 삼성전자 주식 80주를 약 400만원(주당 4만8250원)에 샀다. 대형 우량주인 삼성전자가 지난 13일 4만원대로 떨어진 이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이 바로 저점’이라는 판단에서다. A씨는 “지금이 아니면 못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분명 오를 것 같아 망설임 없이 매수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증시가 연일 폭락하자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나서는 ‘간 큰 개미’들이 늘고 있다. 증시가 안정을 되찾으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장주를 사들이는 데다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종목을 매수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본격 하락했던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3196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조6924억원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가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은 총 3조683억원이고, 개인이 순매도한 날은 4일 하루밖에 없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폭락장을 틈타 매수에 돌입하는 것은 다른 우량주에서도 비슷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3052억원을 사들였고, 외국인은 4988억원을 팔았다. 같은 기간 삼성SDI 역시 외국인은 2032억원을 팔아 치운 반면 개인은 1841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매도한 대장주를 개인이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주식 투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전자 주식 1000만원만 사서 1년 묵혀두면 되냐’ ‘지난주부터 하루에 한 주씩 매수하고 있다’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하락장이 심상치 않자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 기웃거리는 개인들도 생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인버스 ETF 종목을 505억원 순매수했다. 개인들은 특히 코스피 선물지수 하락에 2배 수익을 추종하는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 종목을 874억원 사들였다. 다만 17일 오전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인버스 종목을 계속 매수하다 단기 이익 실현을 위해 장 막판 매도가 많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코덱스인버스 종목을 운용하는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날 “지난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인버스 종목을 순매도했지만, 전날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며 “코스피가 1600대로 떨어지고 미 증시가 폭락하니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정말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인버스 종목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