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공천 코미디가 막장 드라마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못 봐줄 지경이다. 영화 시나리오를 써도 이 정도까지는 못 쓸 정도로 온갖 해괴한 일들이 다 벌어지고 있다. 우선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공천 쿠데타’라는 말까지 주고받으며 험악하게 대치하는 볼썽사나운 일이 빚어졌다. 명단에서 통합당이 수개월간 공들여 영입한 총선 인재들이 거의 다 당선 안정권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영입 기자회견까지 마련해 비례대표 후보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선 이제 와서 전혀 엉뚱한 사람을 내세우는 건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자매정당이라고 한껏 자랑할 땐 언제고, 양당이 실제로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 아닌가. 결국 비례용 정당이라는 꼼수가 낳은 부메랑인 셈이다.
민생당 전신인 바른미래당이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비례대표 의원 8명을 ‘셀프 제명’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결정이 나오면서 지금은 대부분 통합당 소속인 이들이 졸지에 다시 민생당 소속이 된 것도 코미디 같은 일이다. 이들 중 5명은 통합당에서 공천을 확정했거나 공천 진행 중에 있다. 이들이 통합당 후보로 출마하려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민생당을 탈당해야 한다. 셀프 제명도 희한한 일이었지만, 탈당해 타당에서 공천까지 받은 이들이 다시 친정 소속이 됐다가 재탈당하게 된 상황은 더더욱 황당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잡음도 가관이다. 민주당 소속이던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끝내 탈당해 17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문씨는 당초 민주당 예비후보였으나 ‘아빠 찬스’라는 비난이 들끓자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이를 번복한 것이다. 민주당에선 현역인 민병두, 오제세 의원과 차성수 전 서울 금천구청장 역시 공천 배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이해찬 대표가 “공천 탈락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영구 제명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그 자신이 4년 전 공천 탈락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입당한 케이스다. 꼼수와 반칙, 편법도 모자라 이제는 배신까지 난무하는 추한 정치권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참담할 따름이다.
[사설] 웃기다 못해 추한 여야의 공천 코미디
입력 2020-03-1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