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과 통화스와프 적극 추진해야

입력 2020-03-18 04:03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이 올 때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최대 걱정은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인한 외화(달러) 유동성 부족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까지 받게 된 1997년 위기는 은행과 단자사 의 과다한 단기 외채 차입에서 비롯됐다. 이후 외환보유액을 쌓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다시 외환위기 직전까지 갔다. 2008년 초 900원대 후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해외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그해 10월 들어서는 1500원에 육박했다. 원화 가치 급락세를 진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10월 30일 한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Fed) 간 체결된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였다.

금융·외환 당국은 2010년 이후 외환보유액을 더 늘렸을 뿐 아니라 급격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제도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악화한 지난달 24일부터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12조원가량을 팔았다.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지 않은 데는 이런 제도 정비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국제 교역 위축으로 수출이 이미 급감하고 있다. 1월 경상수지 흑자는 10억 달러에 불과하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 국가·기업 신용 등급 하락으로 기업과 금융사의 ‘달러 가뭄’이 심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 경제의 급격한 위축이 한국 경제에 파급되는 게 확인되면 해외 자본의 국내 탈출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외환 방파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2008년에 효과가 입증됐지만 2010년 종료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이다. 이는 한국이 외환 안전판을 추가했다는 강한 신호를 국제금융시장에 줄 것이다. 미 연준에 우리와만 협정을 맺자고 하기보다 글로벌 금융 안정을 위해 다른 주요국도 포함하는 스와프협정을 맺을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