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주총회를 열흘 앞두고 한진가(家) 남매의 지분율 경쟁 구도에 여러 변수가 나타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인 반도건설 회장이 지난해 한진칼 지분에 대해 ‘단순 투자’로 공시한 것과 달리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해 달라는 등 ‘경영 참여’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허위 공시로 지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반도건설의 주총 의결권 가처분소송 심문기일에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지난해 8월과 12월 한진그룹 대주주를 만나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해 달라는 등 경영 참여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조원태 한진 회장 측에 의해 드러났다. 반도건설이 지난 1월에서야 한진칼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한 것과 다른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은 “지난해 권 회장이 조 회장을 만났을 땐 지분이 2~3%에 불과해 경영 참여 요구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권 회장 말의 일부만 녹음해 악의적으로 발췌했다”고 반박했다.
만약 법원이 권 회장의 경영 참여 의사를 인정하게 되면 반도건설은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와 경영 참여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게 된다. 이 경우 관련법에 따라 반도건설의 지분(8.28%) 중 5%만 주총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한진칼 의결권 지분을 32.06% 확보해 조 회장 측을 4.19% 차이로 바짝 따라잡고 있는 3자연합(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 입장에선 지분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셈이다.
조 회장 측 지분에도 변수가 생겼다. 우군으로 알려졌던 카카오가 한진칼 지분(약 2%) 중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을 1% 밑으로 낮추면서다. 카카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매각한 차원”이라며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거란 입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조 회장 측 지지를 공식 선언한 적은 없지만 업계에선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여러 업무협약을 체결한 점을 고려해 카카오가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거라고 봐 왔다. 카카오 이탈로 조 회장 측의 의결권 지분은 36.25%(대한항공 사우회 지분 포함)가 됐다.
또 다른 변수는 이날 심문기일이 열린 대한항공 사우회 등 직원들의 지분(3.8%)에 대한 가처분금지 소송이다. 3자연합은 앞서 “조 회장을 지지하는 직원들의 지분은 사측이 관리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특별관계자’로 공개 신고되지 않았다”며 의결권 제한 소송을 제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