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은혜의강 교회, ‘잘못된 정보’에 당했다

입력 2020-03-17 04:04 수정 2020-03-17 05:3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지 경기도 성남 은혜의강 교회 교인이 지난 8일 예배 참석자들의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 은혜의강 교회가 수도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자를 발생시킨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인포데믹(Infodemic·정보감염증)’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소독을 하겠다며 목회자가 주일예배를 보러 온 신자들의 입에 소독되지 않은 분무기 소금물을 뿌린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비단 은혜의강 교회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에서도 정확지 않고, 심지어 바이러스를 더 퍼뜨릴 수 있는 ‘가짜 정보’에 대한 집착이 발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16일 “이달 1일과 8일 이 교회의 예배 CCTV를 확인한 결과, 교회 측이 두 날 모두 예배당 입구에서 사람들의 입에 분무기를 이용해 소금물을 뿌린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인포데믹 현상”이라고 밝혔다.

소금물 호흡기 소독은 ‘감기 증상 완화’에는 효과가 있는 민간요법이지만,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 한국 보건 당국 역시 코로나19와 관련해 소금물 소독을 언급한 적이 없다.

이 단장은 “이 교회 교인인 서울 광진구 확진자 입에도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리는 게 확인됐다”며 “이 분무기를 소독하지 않은 채 다른 예배 참석자들의 입에 계속 뿌리는 모습도 확인돼 확진자가 더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은혜의강 교회는 정부·경기도의 종교 모임 자제 요청에도 지난 1·8일 주일 예배를 강행했다. 이후 지난 9일부터 현재까지 목사 부부와 교인, 접촉주민 등 49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예배 참석자 검진이 끝나지 않아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1·8일 교회에서 열린 주일 예배 참석자 135명 중 110여명만 검사가 끝났다. 접촉자들을 통한 2·3차 감염도 우려된다.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격리치료 중인 김모 담임목사는 “점심엔 에탄올로 몸 전체를 소독하고 4% 소금물을 뿌렸다”며 “보건소에서 잘못된 정보라 알려준 뒤에야 잘못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은수미 성남시장은 종교 활동 자제를 강하게 촉구했다. 은 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중소형 교회 225곳 중 상당수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예배 보거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지 않았다”며 “성남시 관내 모든 종교 기관 및 단체에서의 예배 등 집단 집회를 금지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성남=강희청 기자, 서윤경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