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훈련 금지령 확산… 브라질선 경기 강행에 ‘마스크 항의’

입력 2020-03-17 04:05
브라질 프로축구 그레미오 선수단이 포르투알레그리에 위치한 아레나두그레미오에서 15일(현지시간) 상루이스와의 캄페오나투가우초 대회 경기 시작 직전 마스크를 낀 채 입장해 경기 강행에 항의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이유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세계 스포츠계가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에선 메이저리그(MLB)와 남녀 프로축구 등 일부 종목에서는 아예 각 구단에 단체훈련 금지령을 내렸다. 반면 무관중이라도 시즌 일정이 강행되던 브라질 축구 리그에서는 선수들이 ‘마스크 시위’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국가나 종목마다 대응 방식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현지 복수매체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MLB 사무국은 30개 구단에 단체훈련을 금지하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MLB 사무국은 “선수노조와 코로나19 관련해 아직 논의를 계속하는 중”이라면서 “구단들은 많은 수의 사람이 모이거나 CDC(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권고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렵게 하는 모든 활동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각 구단의 주전 40인 선수명단에 포함된 선수들만 스프링캠프에 남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앞서 MLB 사무국은 선수들에게 스프링캠프에 계속 머물든지 혹은 팀의 연고지로 옮기거나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머물든지 하라고 3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다수 구단이 훈련 필요성을 위해 선수들을 스프링캠프에 남겨놨다. 그러나 이날 뉴욕 양키즈의 마이너리그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MLB 사무국은 단체훈련 금지라는 초강경책까지 내놓았다. 롭 만프레드 MLB 총재는 17일 각 구단과 전화 회의 뒤 다음달 10일로 연기된 리그 개막까지의 행동 지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단체훈련이 중단된 건 야구계 뿐만이 아니다. 지난 13일 정규리그 일정을 30일 간 중지하면서 15일까지 단체훈련 금지령을 내렸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는 이날 이 조치를 20일까지 추가로 연장했다. 미 여자축구 내셔널위민스사커리그(NWSL)도 단체훈련 금지 조치를 22일까지 추가로 늘렸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선수별 개인훈련만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억지로 시즌 일정이 강행되는 곳에서는 선수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브라질 일간 폴라데상파울루에 따르면 15일 일부 주(州)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된 경기에서 선수들의 ‘마스크 시위’가 잇따랐다. 코로나19 전파 위험에도 선수들을 경기에 출전시킨 데 따른 항의다. 리우데자네이루 주에서는 경기 시작 전 보타포구 FC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 싸움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구호 아래 시위했다. 마스크를 쓰고 시위한 선수들 가운데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혼다 케이스케(33)도 끼어있었다.

반면 일부 선수들은 코로나19 관련한 현 상황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로 비난을 샀다. 영국 일간 더선에 따르면 잉글랜드 대표 골키퍼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튼의 조던 픽포드(25)는 지난 13일 팀 동료가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 팀 선수 전원이 자가격리 조치를 권고받은 가운데 당일 밤 이를 어기고 무단이탈했다. 아내, 아들과 함께 인근 술집에서 권투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는 당시 술집에 있던 손님들의 제보로 언론에 알려졌다.

EPL 최초로 확진자가 발생했던 첼시에서는 젊은 유망주 메이슨 마운트(21)가 구단의 자가격리 지침을 대놓고 어겨 공분을 샀다. 일간 미러는 이날 “마운트가 첼시 구단의 자가격리 지시를 무시하고 공원에서 친구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 소속 데클란 라이스와 축구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면서 “첼시 구단이 마운트에게 징계를 내릴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 19의 위기를 무시하는 일부 몰지각한 팬들도 있다. 앞서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드 프랭스 경기장에서 지난 11일 무관중으로 치러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2차전에서는 수백여 명의 팬들이 경기장 앞에 운집해 응원전을 벌였다. 팬들이 워낙 많아서 시합 중 경기장 안으로 함성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관중 운집으로 인한 전염병 전파를 막으려 했던 무관중 경기의 취지가 무색한 모습이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파리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 인근에서 머물며 수 시간 동안 승리를 자축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