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온라인 강의 “속만 터졌다”

입력 2020-03-17 04:04
연합뉴스TV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강을 2주 연기했던 대학들이 16일 온라인 강의로 학기를 시작했다. 더 이상 개강을 미룰 수 없어 온라인 강의를 도입했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시행돼 여러 대학의 강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대·고려대·중앙대·국민대 등에선 수천명의 학생이 온라인 강의 수강을 위해 접속하면서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됐다. 고려대 이러닝지원팀은 “과부하로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접속이 가능한 유선 인터넷이 있는 곳에서 접속해 수업을 수강해 달라”고 안내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온라인 강의를 시청한 학생들은 강의 수준이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생 박모(26)씨는 “올라온 강의들은 전부 녹화영상인데, 이러다가 수업 시간에 질문 한 번 못하고 학기가 끝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강의를 과제물로 대체하기도 했다. 부산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신모(28)씨는 “온라인 강의는 올리지도 않고, 수업자료만 올려 과제로 평가하겠다는 강의가 대부분”이라며 “심지어 어떤 교수는 2014년에 만든 사이버강의를 듣고 오라고 했는데, 등록금을 날로 먹겠다는 얘기”라고 분노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 다니는 성모(29)씨도 “오늘까지 온라인 강의 계획조차 올리지 않은 과목이 2개나 된다”고 말했다.

허술한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접한 학생들의 불만은 비싼 등록금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전모(27)씨는 “토론식 세미나 강의가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과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체됐다”며 “이번 학기 등록금 700만원 가운데 4분의 1은 그냥 날려버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수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학생들과의 소통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자신만의 콘텐츠가 외부로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온라인 강의는 어떻게든 하겠지만, 녹화된 파일을 공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강의도 하나의 저작물인데 마구잡이로 유출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정우진 최지웅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