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엔 카메라, 박수 대신 “고맙다”… 활력 주는 온라인 공연

입력 2020-03-17 04:04
코로나19 여파 속 많은 클래식 공연이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13일 온라인으로 중계된 서울시향 콘서트 '영웅'의 한 장면. 서울시향 제공

지난 13일 오후 2시30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 등 연주자 40여명은 30분 후 열릴 공연 준비에 분주했다. 무대용 복장 대신 깔끔한 포멀룩의 단원들은 관악기 연주자 등을 제외하고 마스크를 쓴 채 자리에 앉았다. 이들이 모인 곳은 예술단체동 5층에 마련된 서울시향 대연습실. 간간히 대중에게 공개하기도 하는 관람석 1, 2층엔 이날 카메라 9대만 놓였다. 이날의 박수는 ‘댓글’이 대신했다. ‘온라인 관객’들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고맙다”는 실시간 댓글을 달아 공연에 화답했다. 페이스북에서 초반 100명 남짓했던 관객은 금세 400여명으로 불어났다.

온라인 관객들을 불러모은 이 공연은 온라인 콘서트 ‘영웅’. 서울시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신음하는 시민을 위해 마련한 공연으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60분에 걸쳐 온라인으로 내보냈다. 규모가 큰 온라인 공연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영웅’은 위로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곡”이라며 “지금껏 봐온 많은 ‘영웅’ 중에서도 가장 색달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3월 한국의 클래식 공연은 사실상 ‘전멸’했다. 4월 역시 매우 유동적인 상황에서 서울시향처럼 많은 단체(아티스트)들이 대안으로 온라인 중계에 나서고 있다. 클래식 애호가는 물론 코로나19에 지친 많은 국민에게 위로가 될 전망이다.

‘영웅’을 본 온라인 관객 한 명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음악을 듣고 춤을 추더라. 이 공연이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아티스트들에게도 음악적 갈증을 해소할 기회가 됐다. 이주은(50) 바이올린 연주자는 “연주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공연의 취지가 좋아 주저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며 “실제 공연 같지는 않았지만, 특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주를 지휘한 부지휘자 윌슨 응은 “청중이 없어 어색한 점도 있었고 짧은 준비 기간으로 스트레스가 컸지만, 즉흥적인 교감이 이뤄진 무대였다. 이런 공연이 자주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온라인 공연 생중계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실재감 넘치는 영상을 위해 평소 공연 중계 때보다 많은 카메라가 동원된다. 작품의 규모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이날도 비슷한 규모의 공연보다 2배 많은 카메라가 준비됐다. 풀샷과 클로즈업을 번갈아 내보내기 위해서다. 카메라 감독 등 스태프도 15명 정도 동원됐다. 공연장과는 다른 조명 시스템과 음향 송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내 손안의 콘서트’(왼쪽)와 서울돈화문국악당 기획공연 ‘운당여관 음악회’ 포스터. 각 단체 제공

서울시향을 시작으로 침체된 클래식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온라인 공연이 이어진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내 손안의 콘서트’를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40분 내외의 5인 이하 실내악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콘서트다. 하피스트 윤혜순과 첼리스트 홍서현이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과 비발디의 ‘사계’ 등으로 스타트를 끊는다. 오는 31일 예정된 서울시오페라단의 ‘세비야의 이발사’도 네이버TV를 통해 선보이고,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오는 19~29일 기획공연 ‘운당여관 음악회’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중계한다.

실제 공연을 병행하는 방식도 있다. 국립오페라단 5월 15~16일 ‘오페라 갈라’를 예정대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리되 온라인 생중계도 함께 하기로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