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에 우리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처가 너무 안이하고 굼뜨다. 가뜩이나 금융 및 실물경제 위기상황에 취약한 국내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제로(0) 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준은 지난 3일 0.5% 포인트 인하에 이어 불과 12일 만에 또 1% 포인트 내렸다. 시기와 인하폭에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조치다. 코로나19 사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미국 눈치를 보다 타이밍을 놓쳤다. 애초 연준이 17∼18일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갖기로 한 것을 감안해 일정을 조정하다가 16일 다급하게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갖고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금리 조정 폭도 0.25% 포인트 정도로 예상했다가 연준의 ‘빅컷(1% 포인트 인하)’에 깜짝 놀라 0.50% 포인트 인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를 소집해 ‘비상 경제시국’이라고 선언한 뒤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함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참석했다. 현 정부 들어 한은 총재가 대통령 주재 경제 부처 회의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금융시장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가 다급했다는 방증이다. 한은이 미적대는 사이 우리 금융시장은 사실상 공황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코스피는 이날도 56.58포인트(3.19%) 하락하는 등 최근 4거래일 동안 무려 25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코스닥은 더 많이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정부의 선제적 조치에 따라 급락했다가 반등하는 등 우리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아직도 재정건전성 타령을 하며 과감한 정책 추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추경 증액을 요구해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은 코로나추경을 넘어 코로나19 ‘뉴딜’(미국의 대공황 극복 경제정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적극적 재정확대를 거듭 촉구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더 늦기 전에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설] 정부와 중앙은행 경제 위기 대처 너무 굼뜨다
입력 2020-03-1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