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슬 꿰는 솜씨 돋보인 전시

입력 2020-03-17 04:09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종료한 ‘가야본성-칼과 현’은 가야 전시로는 28년 만에 선보인 것이었다. 전시를 두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구슬을 꿴 힘이 돋보였음을 칭찬하고 싶다. 지난 30년간 학술 현장에서 가야 유적을 답사하고 발굴한 개인적 경험에 비춰볼 때 가야 이야기를 전시로 풀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야 유적 발굴이 1990년대 이후 활발해지며 유물 자료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가야는 10개가 넘는 연맹체로 이뤄져 각각의 이야기를 한 꼬챙이로 끼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 신라의 경우는 경주 유적만 가지고도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겠지만, 가야는 고령(대가야) 유적만으로는 전시가 안 된다. 한때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야기의 무대가 넓은데도 스토리 구성이 탄탄해서인지 꽤 인기를 끌었다. 가야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경쟁이든, 화합이든, 경쟁과 화합을 엮는 것이든, 이야기 구조는 있어야 한다.

‘가야본성-칼과 현’ 전시는 가야 연합체의 존재 방식을 ‘공존’이라는 서사 구조로 풀어간다. 전시는 수백 년간 공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여러 나라의 화합과 각국의 국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가락국이 동북아시아에서 번영을 누렸음에도 왜 다른 나라와 같이 소국 통합의 길을 가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 점은 신선하게 와 닿는다.

가야는 수백 년간 여러 지역에 공존했던 나라들이다 보니 유적과 유물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래서 무려 31개 기관 소장품 2600여점을 빌려왔는데, 그 결과 전시가 아주 스펙터클했다. 전시 스태프들의 노력과 땀이 없고서는 힘든 일이다. 고고학적 발굴 유물의 특성상 비슷비슷하게 반복되는 전시품을 지겹지 않게 풀어낸 점도 눈에 띄었다. 예컨대 가야 토기가 1부에서는 탑처럼 쌓여 있고, 2부에서는 가야 왕의 위용을 드러내더니 4부에서는 고대 사회의 이념을 말해주는 소재가 됐다. ‘가야본성-칼과 현’ 전시는 1991년 개최한 ‘신비의 고대 왕국 가야’ 전시와 비교해 이런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홍보식 공주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