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두려움도 전염되지만, 사랑과 희망도 전파됨을 믿습니다.”
16일 경북 포항제일교회(박영호 목사) 입구에 내걸린 현수막 글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에 속했지만, 교회는 세기적 재난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았다. 오프라인 영성훈련을 온라인 아카데미로 100% 전환해 본격적으로 진수시켰고 교회의 디아코니아(봉사)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항제일교회는 지난 10일부터 ‘2020 하늘사다리 온라인 아카데미’ 강좌를 시작했다. 5명의 목회자가 부활절까지 총 5주간 일정으로 유튜브를 이용해 ‘이공이공 성경묵상’ ‘기도 첫걸음’ ‘신약 통독’ ‘가정예배학교’ ‘빌립보서 탐구’ 등 5개 강의를 한다. 성도들은 정해진 시간에 교회에서 부여한 비밀번호로 강의에 접속한다. 강의 시청 후에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목회자와 성도가 사이버 공간에서 질문과 대답을 나눈다. 교회 행정담당 홍순영 부목사는 “기존 영성훈련을 중단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과정을 압축해 발 빠르게 전환한 것”이라며 “교회가 방송국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호 목사는 “일부 사역의 디지털 전환은 어찌 보면 ‘언젠가 올 것’이 ‘조금 빨리 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 덜하지만, 수도권은 직장인의 경우 수요예배 참석이 말처럼 쉽지 않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고 소통하는 게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이 따르지 못하면 교회는 늘 그랬듯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도 마찬가지인데 장비 등 여러 제약을 받는 게 현실이다. 박 목사는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못하는 게 바로 교회 사역”이라며 “장비가 부족해도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시작하면 진행될수록 각자 교회에 맞는 아이디어가 생각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포항제일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달 23일 주일부터 온라인예배로 전환했다. 사순절 기도회인 ‘샬롬기도회’도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5시 30분과 오후 9시, 두 차례 영상으로 송출한다. 교회를 전면 폐쇄하지는 않고, 교역자 위주로 소수가 모인 예배를 촬영해 이를 성도들과 공유하고 있다. 교회가 전염병 극복에 모범을 보이고, 사순절 동안 깨어 기도하며, 환난 이후 더 견고한 신앙으로 서게 해달라는 제목으로 기도한다.
포항제일교회는 지난 10일 당회 결의를 거쳐 포항시청에 성금 2000만원을 기탁했다. 포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47명 발생했는데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이 방호복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내린 결정이다.
교회 청년부인 ‘청년드림’은 이틀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포항의료원과 포항 북구 남구 보건소 및 선별진료소 의료진과 직원에게 토스트 등 간식을 전달했다. 청년드림 최정희 성도는 “의료진과 공무원을 위해 청년들과 기도하다가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뭘까 하고 카드뉴스를 만들어 고민했다”며 “현장 의료진이 고된 일로 금세 허기가 진다는 이야기와 지역 소상공인들이 불황으로 생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토스트와 음료수 등을 세 곳 이상의 매장에서 주문해 응원 글귀를 넣어 전달해 드렸다”고 말했다.
영어로 예배드리는 국제부 부원들도 인근 한동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반찬 과일 간식 등을 손수 만들어 배달했다. 국제부 이미하 권사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캠퍼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먹을 것도 변변치 못하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성도님들이 현장에서 느끼고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역을 주도하면 교회는 뒤에서 지원할 뿐”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교회가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