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발이 꽁꽁 묶였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에서 국민들의 이동이 금지됐고, 프랑스는 카페와 식당 등 상점 영업을 당분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영국은 70세 이상 노인을 격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기본권 제한도 불사하는 총력전에 돌입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전국적인 통행금지령을 선포했다. 스페인 전역에서 모든 국민이 2주간 생필품과 약품 구매, 출퇴근 목적을 제외하고는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고 스페인 정부는 밝혔다. 비상사태 하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전국적으로 음식과 연료를 보급하는 사상 초유의 ‘배급제’가 시행된다.
스페인은 코로나19 확진자가 6000명을 넘어섰다. 유럽 내에서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빠른 확산세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다음 주 안에 감염자가 1만명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코로나19를 제압하기 위해선 기본권 침해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진자가 4400명을 넘어선 프랑스는 16일 0시부터 모든 카페와 레스토랑, 영화관, 나이트크럽 등을 폐쇄키로 했다고 밝혔다. 슈퍼마켓과 약국, 은행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야 하며, 불필요한 여행과 모임 또한 금지된다.
체코 정부도 이날부터 마트와 약국, 주유소, 세탁소, 구내식당 등 일부 상점을 제외하고 모든 상점의 영업을 금지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시 당국은 클럽과 술집, 바의 운영 중지 방침을 이날부터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맷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인 격리 방안을 언급했다. 그는 ‘70세 이상은 수개월 동안 격리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노년층을 포함해 바이러스에 취약한 계층은 자가 격리토록 할 수 있다”며 “아직은 계획 단계이고 수주 내에 정부가 관련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발표되는 영국의 코로나19 관련 대책에는 대규모 집회 금지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격전장이 되면서 유럽연합(EU) 국가들에서도 국경을 사실상 봉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덴마크는 4월 13일까지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화물 운송용을 제외한 여객선과 기차의 운항을 중단시킨다.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또한 줄이어 국경을 폐쇄하고 외국인에 입국금지령을 내렸다. 앞서 미국은 EU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여행객 입국 금지를 결정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유럽이 코로나19의 진원지(epicentre)가 됐다”고 진단하고 “정부 능력을 총동원해 국가 차원의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G7 국가들은 16일 화상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 공조와 충격 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