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파… 美독감 때문”… 中, 책임 떠넘기기 억지

입력 2020-03-16 04:02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을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발원지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미군이 우한에 전파했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쏠린 책임론을 회피하면서 전염병 발병국이란 오명을 역사에서 지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발원지 논란은 중국 호흡기 질병 전문가인 중난산 원사가 지난달 27일 “코로나19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이후 중국 매체들이 “독감으로 사망한 일부 미국 환자가 실제로 코로나19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며 ‘미국 발원설’을 집중 제기했다. 마침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2일 트위터 계정에서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자오 대변인은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않았지만, ‘미군 전파설’은 최근 인터넷에 떠돈 소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5명의 선수가 전염병에 걸려 격리치료를 받았는데 이게 코로나19의 발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을 치료했던 우한 진인탄 병원은 “외국인 선수 5명이 말라리아에 걸려 치료했었다”며 “결코 코로나19와는 관련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미국 독감을 코로나19와 연관시키는 것도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3400만명이 독감에 걸렸고 2만여명이 사망했는데, 일부 독감 사망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졌으니 실태를 공개하라는 게 자오 대변인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우한에서 퍼진 코로나19가 미국까지 확산됐다는 근거가 될 수 있으나 미국인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퍼트렸다는 논리로는 약해 보인다. 매년 미국에서 발생하는 독감이 유독 올해에만 코로나19로 바뀌어 우한을 초토화했는지 의문이다. 또 만약 미국이 코로나19 발원지라면 초기부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전염병이 확산돼야 하는데, 왜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집단발병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는지 설명이 안 된다.

중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이미 야생동물을 먹는 무분별한 식습관이 전염병의 근원이 된다고 보고 야생동물 식용을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나 우한 질병통제예방센터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중국 내 연구팀에 의해 제기됐는데도 묵살하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로 미국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확진자 8만여명에 사망자가 3100여명이 발생한 대형 인재를 초래한 시진핑 지도부의 책임론을 회피하고, 자국내 실험실 유출설 등 치명적인 의혹을 덮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염병 발병국’이란 오명을 역사에서 지우기 위한 차원으로도 보인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