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천을 신경쓰고 있다.” “여성 공천에 책임을 느낀다.”
여야 공천관리위원장이 ‘여성 공천 원칙’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다만 당초 공언과는 달리 여야의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은 10%대로 저조하다. 의무적으로 여성을 50% 할당해야 하는 비례대표 의석이 포함되면 전체 의석 중 여성 의원 비율은 소폭 늘지만 ‘여의도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을 30일 앞둔 15일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확정 지역구 231곳 중 여성 후보는 32명으로 13.8%에 불과하다. 민주당에선 비례 초선 의원들이 경선을 뚫고 공천 티켓을 거머쥐었다. 서울 서초을(박경미), 경기 용인병(정춘숙)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17대 비례대표 출신인 홍미영 전 의원과 유승희 의원 등 경선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도 적잖았다.
미래통합당도 지역구(173곳) 중 여성 공천 비율은 11.0%(19곳)에 그쳤다. 이 중 비례대표나 선거 경력이 있는 후보를 제외한 ‘여성 신인’은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수희 변호사, 김미애 변호사, 김은혜 전 MBC 앵커,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등 5명이다.
군소 정당의 사정은 더 안 좋다. 지역 선거를 준비하던 국민의당 권은희, 민생당 박주현 의원은 지역구 출마 뜻을 접었다. 권 의원은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이후 당의 뜻에 따르겠다며 광주 광산을 불출마를 결정했다. 민생당에서는 일부 여성 의원들이 비례대표 재선 조항을 놓고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지역구 여성 의원 비율 답보 이유로는 정치권 안팎의 구조적 문제가 꼽힌다. 평소 여성 인력을 키우는 데 소홀하다 선거 때만 여성 후보를 찾다보니 ‘지역구 30% 여성후보 공천’을 규정한 여성할당제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8년 민주당 지역위원장 공모에서 여성 지원자는 남성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당에서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조건도 만들어줘야 한다”며 “‘여성 지역위원장 30% 보장’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존 남성 지역위원장이 있는 지역구에 여성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여성 가산점이 있어도 본인의 경쟁력이 약하면 ‘대세’를 흔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성들이 비례의원이나 인재영입처럼 ‘꽃길만 걸으려 한다’는 곱지 못한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심희정 김용현 박재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