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유·초·중·고교 ‘4월 개학’ 가능성이 커졌다. 1학기 중간고사가 없어지거나 대체되는 등 학사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개학을 하게 되면 코로나19 유행과정에서 비록 소아청소년의 발병률이나 중증도가 낮아도 그럴수록 더 전파 증폭 집단, 조용한 전파집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상 개학 연기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개학을 했을 때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는가 여부”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가장 우선적으로 듣지 않을까 한다. 이 부분은 아마 아주 늦지 않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전국 학교 개학을 지난 2일에서 9일로 1주일 연기했고, 이후 다시 23일로 2주일 더 미뤘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학교 개학 추가 연기를 적극 검토 중이다.
교육 당국도 개학 연기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3월 23일 개학을 하는 상황이 되는데, 연기해야 할까요?’라는 글을 올리고 “개인적으로 개학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일차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정말 어려운 결정 국면으로 가고 있다”면서 “혹시 의견이 있으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노홍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통제관도 같은 날 “교육부, 질병관리본부와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학부모가 개학을 준비해야 하는 부분을 고려해서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학이 추가 연기될 경우 학사일정과 입시일정은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당장 개학이 4월 초까지 미뤄지면 5월 말에 치르게 되어 있는 1학기 중간고사는 예년처럼 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중간고사가 생략되거나 수행평가 등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서울시교육청은 ‘1학기 중간고사를 과정중심평가로 대체하라’고 일선 학교에 권고한 상태다.
하지만 이럴 경우 고3 1학기 때 부족했던 내신 성적을 올리려고 계획했던 수험생들은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이에 일부 학부모와 교육단체에선 개학을 더 미룰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도 순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학은 애초 예정된 3주 감축 외에 추가로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마련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020학년도 신학기 학사운영 방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는 3월 3주간의 휴업을 실시함에 따라 여름·겨울방학을 우선 조정해 수업일수를 확보하고, 3주 이후 추가 휴업이 발생하는 경우 법정 수업일수(유치원 180일·초중고 190일)를 10% 범위에서 감축하게 된다. 추가 휴업이 결정되면 (이미 3주가 감축된) 방학은 그대로 두고 법정 수업일수를 줄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