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해도 큰 문제가 없다.”
재일교포 2세인 일본의 야구 영웅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80)이 아베 신조 총리의 도쿄올림픽 강행 의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일본에서 ‘야구의 전설’로 꼽히는 그는 평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독설가로 유명하다.
그는 15일 고정출연 중인 TBS 아침방송 ‘선데이 모닝’에 나와 도쿄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 가능성에 대해 “위험한 일은 그만두는 편이 낫다. 사람 목숨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아베 총리가 올림픽 강행 의지를 재확인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아베 총리는 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틀 후인 지난 14일 오후 6시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 확대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훈은 흥행 실패, 관광객 감소 같은 현실적인 악재를 고려해 올림픽 개최를 1년 연기하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그는 “해외에서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각국 선수들의 참가도 미지수다. 만약 (그들이) 일본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되면 많은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어려운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장훈은 은퇴 후 줄곧 해설가 및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TV 방송에서 연예인 못지않는 입담을 과시하고 있는데, 호통 치는 이미지로 유명하다. 지난해 여름 고시엔(전국고교야구선수권) 예선에서 “부상을 두려워하면 스포츠를 그만두는 게 낫다”고 말해 비판받기도 했지만 대체로 그의 쓴소리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편이다. 최근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무관중 경기로 개최키로 결정한 스모 대회를 중지하고 프로야구 개막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훈의 쓴소리는 올림픽 강행론에도 예외 없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도쿄올림픽 강행 의지를 드러낸 아베 총리에게 비판적인 여론과 맞물려 많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일본에서는 방송업계가 올림픽 연기·취소를 대비해 7~8월 중 편성할 프로그램을 준비할 만큼 비관론이 확산돼 있다.
일본에서는 무관중, 혹은 축소 개최 가능성도 제시됐다.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하라다 무네히코 교수는 전날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막대한 자본을 올림픽에 투입한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상황을 고려해 “무관중 경기 및 일부 경기 축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