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지’는 조선시대 교지와 과거지, 외교문서 등으로 쓰이며 종이계의 최고봉이었다. 조선후기엔 전북지역에서 출판된 완판본의 원자재로 이름을 날렸다. 전주향교 인근 흑석골에는 1970∼80년대까지 전통한지 공장이 30여곳이나 있었다. 아쉽게도 값싼 중국 선지(宣紙) 탓에 급속도로 사양길로 접어들며 마을의 공장과 더불어 명성도 사라졌다.
전북 전주시가 명품 한지공장들이 밀집해 ‘한지골’로 불리었던 흑석골 일대를 전주 한지 세계화 추진을 위한 1번지로 육성한다. 전주시는 ‘전통한지 생산시설’을 흑석골 일원에 건립키로 하고 16일 착공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인 이 시설은 국비 23억7000만원 등 모두 83억원이 투입돼 지상 2층 규모의 건축면적 1216㎡로 세워진다. 한지 제조공간을 비롯 체험·전수공간, 전시·역사·문화공간 등이 들어선다.
전주시는 세계 문화재 복원분야의 동력을 키워 전주한지가 향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로마 교황청은 2017년 소장 중인 ‘113년 전 고종황제가 교황에게 보낸 편지’ 복본을 전주한지로 만들었다. 같은 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바이에른의 막시밀리앙 2세 책상’ 복원에 전주한지를 사용했다.
전주시는 고품질의 닥나무 생산을 위해 2017년부터 우아동과 중인동 6개 농가 1만 8765㎡에 1만1800주의 닥나무를 식재, 전주산 닥나무를 준비해 왔다.
최락기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최대한 전통 원형에 가깝게 재현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춰 문화·관광거점도시 전주의 독보적인 전통문화관광 콘텐츠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