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들이 제주 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항)를 무단 침입한 것과 관련, 우리 군의 총체적인 ‘경계 실패’가 확인됐다는 합동검열 결과가 나왔다. 미관형 철조망은 펜치에 뚫렸고, 침입 사실을 알려야 할 능동형 CCTV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의 15일 합동검열 결과에 따르면 송모씨 등 민간인 4명은 지난 7일 오후 2시13~16분쯤 제주 해군기지의 미관형 철조망을 펜치를 이용해 가로 52㎝, 세로 88㎝ 크기로 잘랐다. 2명은 기지로 침입해 수변공원을 걷는 등 1시간30분가량 아무런 제지 없이 기지 내부를 활보했다. 송씨 등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송씨 등을 지난 9일 경찰에 고소했다.
조사 결과 군의 경계·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상당한 허점이 드러났다.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하면 경고음이 울리는 능동형 CCTV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CCTV는 지난해 12월 교체됐지만 기존 장비와의 호환 문제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송씨 등이 철조망을 자르고 침입하는 모습이 CCTV에 잡혔지만 감시병들이 이를 놓쳤다.
‘5분 대기조’도 늑장 출동했다. 오후 3시10~20분쯤 근무를 마친 인근 초소 경계근무자가 철조망이 절단된 사실을 발견해 보고했다. 그러나 5분 대기조는 오후 3시52분이 돼서야 출동 지시를 받아 11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출동에 40분 넘게 걸린 것이다. 해군 3함대는 오후 4시7~16분 해군작전사령부와 합참에 관련 사실을 알리는 등 늑장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은 제주기지 전대장(대령)을 보직 해임했고, 지휘 책임이 있는 3함대 사령관(소장) 등 관련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