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선교지는 교회 근처… “선교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입력 2020-03-17 00:04
미국 조지아주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 성도들이 지난 1월 30일 ‘여성드림예배’에서 찬양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오전 10시, 금요일이지만 미국 조지아주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손정훈 목사)는 230여명의 여성들로 북적였다. ‘여성드림예배’였는데 찬양 리더부터 건반, 드럼 연주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성이었다.

손정훈(48) 목사가 직접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죄에 빠진 인간이 쉽게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와 행복의 조건 등을 설명했다. 손 목사는 “미국과 달리 한국 문화는 가족의 명예를 더럽히면 책망받기 때문에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덕목으로 여긴다”면서 “이런 수치심 중심의 유교 문화가 내면의 병과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여성의 마음에 아픔이 많은데 창피한 이야기일지라도 용기 내서 나눌 수 있도록 공감해줘야 한다”면서 “교회가 그들의 고통에 공감해주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할 때 가정이 회복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1977년 창립된 교회는 1995년 정인수 목사가 6대 목사로 부임하면서 선교 중심 교회로 부흥했다. 3000여명이 모이면서 미국 동남부의 대표적 교회 중 하나로 성장했지만, 2016년 갑자기 정 목사가 심장마비로 별세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손 목사가 7대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안정을 찾고 있다.

손 목사는 연세대 교육학과와 장로회신학대 신대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탈봇신학교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청년부와 회복사역, 선교사역을 담당했으며 홍콩중앙교회, 미국 샌디에이고 온누리비전교회도 담임했다.

손 목사는 “92년 한양대에서 열린 ‘선교한국 92’ 대회 때 결심한 후 선교사를 꿈꿔왔다”면서 “온누리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2005년 하용조 목사님이 홍콩중앙교회 담임을 제안하면서 해외 한인 목회와 선교 사역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해외 한인들의 아픔과 애환을 직접 경험하고 타문화권도 접하면서 회복사역과 선교사역에 눈뜨게 됐다”고 소개했다.

손 목사는 목양실에 있는 책 중 3분의 2가 별세한 정 목사의 책이라 했다. 그는 “정 목사님이 남기신 책과 파일, 책상 속 메모를 보면서 해외선교와 다음세대, 교회연합, 지역사회 전도에 대해 앞선 생각을 하고 계셨음을 본다”면서 “지금도 정 목사님의 숨결에서 도전을 받으며 순전한 복음의 세대 계승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덜루스에 위치한 예배당 앞에서 지역 다민족 선교 상황을 설명하는 손정훈 담임목사.

미국 중남부와 동남부를 아우르는 ‘바이블 벨트’에 속하는 조지아주는 아직 기독교 전통이 강하기 때문에 주일엔 술을 팔지 않는다. 손 목사는 “미국 남부에는 노스포인트처치 트웰브스톤스처치 프리미러처치 등 복음적 교회와 목회자들이 많다. 동성애 이슈만 하더라도 박빙의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현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면서 “목회자가 선지자적 소명과 성령의 역사를 사모하며 성도들이 복음의 본질을 붙들면 위기 상황은 얼마든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한인 12만명 중 교회에 출석하는 비율은 10%가량 된다. 미국 동남부의 대표 도시답게 다민족이 거주한다. 애틀랜타 주변만 해도 시리아 부탄 네팔 난민이 다수 거주하는 클락스톤이 있다. 손 목사는 “교회 주변에 100개 이상의 민족이 살고 있는데, 미국이든 한국이든 선교지가 꼭 해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무슬림만 해도 보통 자기 종족으로부터 연대가 끊어질 때 복음을 받아들일 기회가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선교의 골든 타임만 놓치지 않는다면 최적의 선교지는 바로 교회 근처”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교회와 교단, 신학교에서도 한인교회의 위상이 높아져서 더 많은 참여와 헌신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이제 한국 문화라는 사고의 틀에 갇혀 있기보다 자랑스러운 한국 전통을 지닌 미국인으로서, 소수민족의 리더로서 주류사회에 더 깊은 영감과 도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규(62) 장로는 “한국의 미국 이민 역사가 100년을 넘어가면서 한인 3세를 위한 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며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다른 세대’를 포용하는 길은 결국 감격스러운 예배에 있다. 손 목사 부임 이후 안정과 회복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곽용식(58) 장로도 “미주 한인교회가 이제 한인만의 공동체에 그치지 않고 복음의 확장성을 갖고 다문화와 다민족을 향해 나아갈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목회자가 말씀과 성령의 역사에 사로잡히면, 교회는 천국의 모습을 닮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교회, 즉 ‘멀티 에스닉, 멀티 컬처럴 처치’(Multi Ethic, Multi Cultural Church)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교회라는 큰 우산 아래 언젠가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남미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