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중국 마스크를 ‘직구’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마스크 5부제’대로라면 기자는 매주 월요일 약국 앞에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야 했다. 하지만 출근을 하는 상황에서 마스크 구매에 몇 시간을 쓰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비싼 가격을 주고라도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구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마스크 공급물량이 공적 판매로 대부분 돌아가면서 온라인상에서도 마스크가 사라졌다.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외부 변수가 없을 때만 유효하다는 단서가 붙는다. 코로나19라는 공포가 개입하면서 마스크의 시장 질서는 완전히 붕괴됐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스크 수급 문제에선 늘 한 박자 늦었다. 마스크 수급 대책을 세 차례나 내놨지만, 여전히 일반 국민은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일일 마스크 생산능력은 약 1000만장이다. 전체 인구는 5000만명이 넘는다. 단순히 계산하면 인구 5명당 마스크 1개꼴이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생산량을 1400만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그렇게 해도 전 국민이 매일 마스크를 쓴다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
코로나19는 미지의 공포다. 아직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고, 얼마나 위험한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치료법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는 심리적 방패 역할을 한다.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19 감염에서 어느 정도 안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반부터 마스크 착용을 권장해 왔다. 그러다 마스크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일상적인 상황에선 꼭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면 마스크를 써도 된다는 권고까지 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혼란이 마스크가 충분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안타까운 건 마스크가 애초에 부족했던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최대 마스크 생산 업체 웰킵스 박종한 대표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마스크 5억장가량이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고가 넉넉한 상태에서 마스크 5부제를 시작했다면, 사람들이 “필요할 때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경험을 초반부터 했다면, 각자 마스크를 몇 장씩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받았다면 마스크를 둘러싼 공포 상황은 지금과 다른 양상이었을 수도 있다.
정부도 이 부분이 뼈아픈 실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내수에서 마스크가 더 필요할 때 수출이 제한되는 게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의원이 “대만은 10일 만에 마스크 수출을 금지했는데 우리는 44일 만에 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답이었다.
위기 관리에서 최선은 리스크에 앞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래야 새로운 상황이 발생해도 계속 선제적 조처를 하면서 대응할 수 있다. 적어도 마스크 수급 문제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한 박자씩 느리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시장에 맡겨서 해결될 수 없다면 정부가 지금이라도 다음 단계를 먼저 고민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김준엽 온라인뉴스부 차장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