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국내 코로나19 발병(1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격리 해제 환자 수가 신규확진자를 넘어섰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확진자 증가세 둔화를 ‘진정 국면’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으며, 특히 정부세종청사에 집단감염이 확산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3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이던 확진자 중 177명이 격리해제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신규확진자(110명)를 넘어선 수치다. 총 확진자 수는 7979명, 격리해제자는 510명이었다. 사망자는 70명(오후 2시 현재)이 됐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달 20일 이후 약 3주가 지나면서 완치자가 늘어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가 안정세로 접어든 게 아니라 신천지 집단 감염의 여파일뿐이라고 분석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대구·경북에서 일제히 많이 진단됐던 사례들이 차츰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되면서 격리해제자가 (확진자) 증가 속도만큼 생기는 것”이라며 “신천지와 관련한 집단유행이 정리되는 패턴이지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감염은 대부분 원인이 불분명해 긴장을 늦출 수다는 게 방역 당국 설명이다. 이날 대구시 신규확진자 중 신천지 신도는 9명, 일반시민 52명이었다. 대구시 북구 K마디병원에서 직원 7명, 환자 9명, 직원 가족 2명 등 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 내 확진자는 전날 0시 이후 10명 늘어난 109명이었다.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는 직원 24명이 감염됐고, 가족 등 접촉자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정부세종청사 직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는 교육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국가보훈처·인사혁신처 1명씩 포함해 모두 29명으로 늘어났다. 해수부와 일부 사무실을 공유하는 기획재정부도 일부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의 장기화 조짐이 보이자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간, 범위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도별 환자 수와 감염 특성을 반영하고, 지역별 감염률이나 효과 지속 기간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