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개국→11개국 입국절차 강화… 전문가 “과잉대응은 자제”

입력 2020-03-13 04:02
세계보건기구(WHO)를 이끄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최신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가 12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 최고 경고 단계) 선언에 특별입국절차 대상국 추가 지정으로 대응에 나섰다. 직항 국가뿐만 아니라 경유국에 대해서도 감시망을 확대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검역관리 강화로 과잉 대응에 나서기보단 국내 코로나19 유행 안정화에 더욱 힘쓸 때라고 입을 모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추가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네덜란드의 5개국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실시한다”며 “시설물 설치 등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15일 0시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특별입국절차 대상국은 기존 6개국(중국·홍콩·마카오·일본·이탈리아·이란)에서 총 11개국으로 늘어났다.

특별입국절차 대상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고 국내 연락처나 주소지 확인, 발열 체크 등을 거치게 된다. 건강 상태를 휴대전화로 보고하는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도 설치해야 한다. 대상자들과 관련된 정보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나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프로그램, 건강보험자격조회 등을 통해 의료기관에 전달된다.

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의 이란 제재를 비판하는 시위에 참석한 여성의 모습. 이란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데는 미국의 제재에 따른 의료품과 의료시설 부족이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방역 당국은 특별입국절차 대상국을 유연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대상국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대상국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권 부본부장은 “오염지역(검역관리지역) 추가 지정없이 특별입국절차 대상국만 확대했다”며 “검역법에 따라 오염지역으로 지정되면 최소 1년간 해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오염지역 대상국은 중국·홍콩·마카오 등 3곳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방역 당국의 검역강화 대처에 미지근한 반응이다. 코로나19 해외유입차단보단 국내 상황 안정에 더 힘을 쓸 때라는 것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팬데믹은 어느 나라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무증상자 감염 사례도 있는 데다 아예 모든 나라의 입국을 막지 않는 한 해외유입 차단이라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한국도 팬데믹 국가인데 무엇을 차단하려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들어오는 걸 두려워하는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방역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사회·경제적 손실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인으로서는 모든 문을 틀어막자고 주장하고 싶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들이 사태 종식 후에 일어설 수 있는 여지마저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검역 강화가 입국 제한 확대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뜻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과도한 검역강화는 궁극적으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방역 물자 수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