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메르스 땐 잘 버텼는데… 여객수 왜 급감하나

입력 2020-03-13 04:08

“신종플루, 메르스 유행 때도 손실은 있었지만 ‘항공기가 서 있다’고 하진 않았거든요. 항공업계 사상 초유의 사태입니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이용자 수가 반토막 나자 5~10% 감소에 그쳤던 신종플루, 메르스 때와는 다른 차원의 위기라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여객 수가 곧 회복했던 과거 두 감염병과 달리 코로나19의 타격은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지난달 국제선 이용자 수는 228만521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87% 급감했다. 이달도 일본행 하늘길이 닫히는 등 여객 수 타격은 심화될 전망이다.

2009년 신종플루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겹쳐 여객 감소율이 커지긴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해 6월 12.95%의 여객 수 감소율을 보인 뒤 곧 회복했다. 메르스 때는 타격이 더 적었다.

코로나19가 치명적인 이유로는 ‘해외의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우선 꼽힌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2009년 10~11월엔 ‘상대적 안전지인 따뜻한 휴양지로 가자’는 붐이 불어 호주나 동남아행 비행기표가 동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호주를 포함해 해외 120개국 이상이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등 검역 강화 조치를 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아프리카로 신혼여행을 간 한국인 부부가 현지 병원에 격리됐다는 뉴스를 보고 여행을 취소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신종플루, 메르스 때는 한국인을 입국 금지한 국가가 없었지만, 지금은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저비용항공사(LCC)가 늘어 수익 여건이 예전보다 좋지 않다는 점과 지난해 ‘노재팬(no Japan)’운동 여파가 컸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신종플루, 메르스 땐 한참 국민들이 여행을 즐기다가 움츠리는 데 그쳤지만, 이번엔 일본 여행 심리가 줄어 LCC가 한 차례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감염병이 와 타격이 더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업계 타격이 최소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허 교수는 “국내가 진정세를 보여도 해외 타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엔 회복이 어렵고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여름이 항공업계의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며 “그때까지라도 정부의 긴급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