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기 힘든 마스크… 만들어 나눕니다

입력 2020-03-13 00:03
인천 남동구 백송교회 부교역자들이 12일 지역 주민에게 면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인천=송지수 인턴기자

‘사랑의 수제 면 마스크를 나눕니다.’

12일 오전 10시30분 인천 남동구 백송교회(이순희 목사) 앞에 붙은 분홍색 플래카드를 보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교회 앞에선 목회자들이 면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름 등 간단한 정보만 기재하면 1인당 1개의 마스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베이지와 카키색, 체크와 꽃무늬 마스크를 비롯해 어린이용 마스크도 있었다.

남동구 서창동에서 온 30대 여성은 두 자녀와 함께 마스크를 받았다. 그는 “여러 약국을 전전하며 1시간이나 기다렸는데도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며 “마스크가 부족해 답답했는데 무료 나눔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받으러 온 주민 중엔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는 것처럼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거나 돈을 지급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목회자들은 “괜찮다. 부담 없이 가져가시라”고 안내했다.

같은 시각 교회 안 식당에서는 10여명의 부목사와 전도사 등 교역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었다. 마스크 끈 자르기, 코 받침 와이어 끼기, 천 재단, 재봉, 포장 등 역할을 분담했다. 교회는 작업을 위해 재봉틀 세 대를 장만했다.

교회 식당에서 10여명의 교역자가 마스크를 제작하는 모습. 인천=송지수 인턴기자

마스크 제작은 이순희 목사의 제안이었다. 지난 6일부터 제작에 돌입했는데, 교역자들은 대부분 재봉 작업이 처음이었다. 재봉틀을 활용해 옷을 만들어본 한수산나 부목사의 지도로 젊은 교역자들은 기초부터 배우며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에 매달렸다.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잠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강행군을 했다. 성도들도 퇴근 후 합류해 마스크 제작에 동참했다. 재료비에 보태라며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태는 이들도 있었다.

부지런히 작업한 덕에 지난 9일 지교회인 대구 백송교회에 면 마스크 200개를 보낼 수 있었다. 지역 사회를 위해서는 12일 1000개의 마스크를 나눴고 16일과 19일에도 각각 1000개의 마스크를 나눌 예정이다.

이 교회 박진호 부목사는 “5부제까지 도입했지만, 마스크를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지영 전도사는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하지만,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웃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기도하던 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교회는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