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더해 멋과 스타일을 갖춘 자동차. ‘쿠페형 스타일’의 자동차가 국내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경향을 반영해 자동차 업계도 신형 쿠페형 세단과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내놓으면서 젊은 연령대 구매층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국내 브랜드의 세단은 모든 차급에서 쿠페형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실용성을 지켜내면서 감각적·역동적인 이미지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본래 쿠페는 2도어 방식의 2인승 차량을 뜻한다. 디자인을 보면 차체가 낮고 지붕 뒤쪽에서 트렁크까지 유선형으로 흘러 날렵함을 더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사가 2003년 4도어 쿠페의 시초로 불리는 CLS를 출시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수입차 브랜드들을 앞다퉈 쿠페형 스타일의 차를 출시했고, 차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점점 무의미한 일이 되고 있다.
쿠페형 세단(또는 SUV)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업계가 현대인의 수요를 반영한 결과로 보여진다. 멋스러운 디자인은 기본이고, 세단을 타면서 주행에 재미를 주는 ‘펀-드라이빙(Fun-Driving)’을 원하거나 SUV에서 안정감이나 스타일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서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개인을 더 중요시 여기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의 CLS는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8387대가 팔렸다. 20·30대가 전체 구매자의 34%(신규차량 등록 기준)를 차지했다. 3세대 모델인 CLS 400d는 종전의 4인승을 넘어 최초의 5인승 모델로 개발돼 실용성을 더했다.
국산차 브랜드도 꾸준히 쿠페형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가 3세대 모델로 내놓은 K5는 ‘패스트백(fast back) 스타일’을 강조해 인기몰이를 했다. 차 지붕 끝부분에서 트렁크가 있는 후면부까지 매끈한 형태로 흘러 속도감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패스트백과 K5만이 가진 시그니처 라인을 통해 다이나믹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3세대 모델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K5는 젊은 세대를 확실히 겨냥했다. 실제 판매실적을 보면 중형 세단임에도 20·30대의 구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12일 기아차에 따르면 3세대 모델은 총 1만1097대가 팔렸는데, 절반 이상(55%·6055대)이 20·30대의 선택을 받았다. 2세대 K5는 지난해 1만5519대가 팔렸는데, 5499대(36%)가 20·30대로부터 부름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지는 수치다. K5는 지난 3개월 연속 기아차의 월간 판매량 1위에 올라 효자 노릇까지 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9일 출시한 XM3는 국내 최초의 쿠페형 SUV로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동급 SUV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차체높이(1570㎜)와 가장 높은 최저지상고(186㎜)를 적용했다. 쿠페형 스타일에 걸맞게 실루엣은 세단처럼 날씬하게 표현하고, SUV에 어울리는 외관과 넓은 운전 시야까지 확보했다.
현재 판매실적을 보면 XM3도 젊은 연령층의 수요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XM3는 출시 3일 만인 지난 11일 판매대수 1만대를 넘어섰다.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구매 연령층은 사전계약대수(8542대)를 기준으로 20대가 20%를 넘고, 30·40대는 51%를 차지했다. 르노삼성차 입장에선 그간 수요가 많지 않았던 20·30대를 공략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XM3는 기존에 각진 스타일의 타 SUV에 비해 디자인적인 장점이 먹혔고, 쿠페 모델에 강세였던 수입차 브랜드의 후광 효과가 판매에 일부분 기여한 것으로 본다”며 “구매 비중이 높지 않았던 20·30대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3세대 G80, 현대자동차의 7세대 아반떼도 쿠페형 세단의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 G80는 새로운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했다. 차량 뒷부분을 기존보다 더 매끄럽게 떨어지도록 했고, 트렁크 도어는 더 짧아진 느낌을 구현해냈다. 쿠페처럼 매끄럽게 떨어지는 라인임에도 2열 헤드룸(승객의 머리 위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다. 대형 세단이 갖는 중후한 멋에 역동성과 실용성을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자동차매체인 ‘모터트렌드’는 신형 G80에 대해 “짧은 차체로 인해 어깨선이 잘 드러나고, 새로운 패스트백 디자인이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다음 달 출시를 앞둔 ‘국민차’ 아반떼는 지난 11일 7세대 모델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최근 유행에 맞게 쿠페형으로 떨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스포츠카처럼 보일 정도로 파격적이다. XM3처럼 자동차 구매 고객들이 생애 처음으로 구입하기 적합한 ‘엔트리카’ 모델이어서 같은 연령대의 타깃을 두고 각축전을 벌일지도 관심을 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