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신도 5647명의 자가격리가 풀리면서, 대구 시민들 사이에 다시 ‘신천지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못 믿겠다”는 의심의 눈길이 걷히지 않고 있어서다.
대구시는 12일 0시를 기해 3주 이상의 자가격리와 진단검사 음성판정을 받은 이들 신도의 격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선 “신천지 신도들이 언제 다시 모일지 모르는 일”이라거나 “어떻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겨왔는지 모르는 판국에 절대 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대구 남구에 사는 김모(53)씨는 “코로나19 해결보다 종교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니 특유의 위장전도를 목적으로 은밀한 모임을 다시 할 것 같다”며 “절대 모이지 못하게 하고 한 달 정도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신천지 신도가 밖을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불안하다”며 “법적으로 강제할 수도 없으니 개인위생에 좀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불안한 이유는 그동안 신천지 신도들이 보인 거짓말 행태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도 시흥의 73세 여성 환자의 완치 후 재확진에 이어 광주에서도 퇴원 6일 만에 다시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발생해 불안감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신천지 신도들이 다시 집회·모임을 가지거나 격리 해제 신도들이 격리 중인 신도를 찾아간다면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상당하다. 대구 성광중학교 교목인 채종업(54) 목사는 “자가격리가 해제된 신천지 신도들은 분명 서로 모이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지역 교계도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전날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집회소 건물 현관에 누군가 달걀을 투척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찰은 신천지에 화가 난 시민이 던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의 경우 확진자 5867명 중 70%가 신천지 신도다. 그동안 보여준 신천지 신도들의 비협조적인 행태에 화가 난 시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장 포교, 집단생활 등 신천지 특성도 널리 알려지면서 신천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민도 크게 늘었다.
대구시도 시민들의 불안을 감안한 듯 오전 10시부터 대구지방경찰청과 함께 신천지 대구집회소에 대해 대대적인 행정조사에 나섰다. 행정조사를 한 건물 앞에는 “신천지를 해체시켜라”라고 쓴 종이를 차량에 붙이고 시위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는 지난달 18일 31번째 확진자(신천지) 발생 후 대구 신천지가 방역 당국에 3차례 제출한 신도·시설 명단의 대조·확인 등을 위해 건물 내 컴퓨터, CCTV 등을 조사했다. 조사에는 대구시 역학조사관들과 공무원, 대구경찰청 수사과 소속 경찰관 등 199명이 투입됐다.
대구시는 오는 14일 신천지 창립일에 이들이 비밀리에 집회나 모임을 시도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의 동태를 면밀히 관찰할 방침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경찰 고발 후에도 검찰에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되는 상황을 볼 때 행정조사가 대구시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판단해 실시했다”며 “다시 은폐를 시도할 경우 수사기관에서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