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IT회사에 다니는 A씨는 재택근무 중이던 지난 10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는 지난달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13일까지 재택근무 지침을 내렸지만 사내에 “인사팀에서 재택근무를 하면 ‘비핵심인력’으로 분류해 관리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문이라지만 코로나보다 무서운 건 핵심 인력에 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라며 “한 팀이 통째로 정상출근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회사 인근에도 확진자 동선이 있는데 눈치 보고 출근한 회사 사람과 접촉하면 집단감염이 되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조직의 눈치를 보면서 ‘자발적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회사원들은 중간관리자 이상 간부급들이 재택근무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재택근무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재택근무 중 ‘자발적 출근’은 각 기업이 일제히 재택근무를 시작한 직후부터 꾸준히 논란에 휩싸였다. 한 제과업체는 지난달 28일부터 재택근무를 공지했다. 그러나 이후 재택근무 동안 개인연차를 사용하라는 지시를 하거나 일부 부서는 연구소로 직원들을 모아 업무를 지시하기도 했다. 업체는 이후 재택근무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지시를 철회했다.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도 비슷한 고민이 많다. 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닌다고 밝힌 직장인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지침이 내려오자마자 팀장이 ‘출근계획을 작성해 올려라’라고 지시했다”면서 “계획대로 출근했더니 회사에 팀장과 차장만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특수 직군 회사원들이나 팀장급 회사원들은 자발적 출근이 불가피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회사에 있는 장비를 쓰지 못해 성과를 못 내게 되니 출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장은 “재택근무를 실험하는 조직이 많아진 만큼 재택근무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인사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