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에서 칭찬한 방역 능력… 고삐 늦추지 말아야

입력 2020-03-13 04:03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언한 11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의 대응책에 찬사를 보냈다. WP는 한국의 사례를 미국·이탈리아와 비교하면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코로나19에 대항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전국 이동 제한령을 발동해 혼란을 불렀고, 미국은 코로나의 위험성을 저평가하는 우를 범했다. 반면 한국은 신속하게 대규모의 검사를 진행했다. WP는 한국의 확진자는 급속하게 늘었지만 치사율은 겨우 0.71%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국 시민사회가 코로나 극복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회들은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고, 대규모 행사들이 취소됐다. 정부가 대구 전체를 감옥으로 만들지 않고 시민들의 방문 자제를 설득해냈다는 점을 주요 사례로 거론했다. WHO 사무총장도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할 것임을 시사하며 한국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여행객의 입국 금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여행제한 조기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미 하원 코로나 청문회에서는 “왜 한국에 그렇게 뒤처져 있는 것인가” “나는 한국에 가서 검사받고 싶다” “검사 장비를 한국에서 도입할 수 있는가”라는 발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해외의 시선처럼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천지와 대구·경북 지역의 추가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서울시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공포스러운 수도권 확산과 3차 대유행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의 확진자가 늘면서 행정 공백마저 우려된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깨어있는 시민의식으로 이 정도까지 코로나를 극복해왔다. 외신의 칭찬이 반갑긴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방역의 고삐를 더 바짝 당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