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3월 커플… 예식장 마다 ‘위약금 스트레스’

입력 2020-03-15 19:57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최근 웨딩업계와 소비자들의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잇단 예식 취소에 웨딩업체는 매출 직격탄을 맞았고 위약금에 소비자들도 울상이다. 특히 위약금 관련 소비자들의 피해 호소가 크게 늘었지만, 소비자와 업체 간 분쟁조정을 할 수 있는 정부의 법적 강제 권한이 사실상 없어 소비자 구제 대책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3월의 신부를 꿈꿨던 A(33)씨는 최근 결혼식을 11월로 연기했다. 코로나19 탓이다. 국내 확진환자가 대폭 늘면서 양가 부모님과 상의 후 결혼식을 미루고 신혼여행도 취소했다. 그나마 황씨는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아 운이 좋은 편이다. 황씨는 “코로나19를 사회적 문제로 인정한 웨딩홀 측에서 무료로 연기해줬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웨딩업체가 기존 규정을 수정, 위약금을 할인해주고 있지만 대다수 웨딩업체의 경우 소비자들이 위약금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위약금 소비자 상담건수가 총 1만4988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7.8배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 국외여행업(6887건), 항공여객운수업(2387건), 음식서비스업(2129건), 숙박업(1963건), 예식서비스업(1622건) 등의 순이다. 예식업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219건에 비해 7.4배 증가했다. 주된 상담 내용은 코로나19로 부득이하게 계약을 취소해 위약금을 면제해주거나 위약금을 감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대비해 소비자들이 웨딩보험에 가입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예약취소는 위약금을 보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웨딩보험에는 결혼 준비과정에서 발생할 위험을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웨딩보험 약관에 따르면 회사는 증권상 기재된 보상한도액 범위 내에서 결혼서비스업체의 반환불가 비용을 보상하도록 하고 있고, 감염병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예외다. 약관에는 사스와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의 감염병 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으로 인정한 인플루엔자 변형은 면책사항이라고 기재돼 있다. 따라서 일부 소비자들은 정부가 나서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정부는 위약금 면제나 감경 등을 업계에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주요 업종별로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 부과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사자 간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이 되므로 사업자에게 법적 강제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사자간 체결한 계약이나 약관이 별도로 있는 경우, 해당 계약이나 약관 내용이 소비자분쟁해결 기준보다 우선 적용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사업자와 체결한 계약이나 약관의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사시를 대비해 약관 내 천재지변에 감염병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감염병에 대한 부분을 경험했다. 약관이 보장하는 천재지변에 감염병을 추가하는 방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추후 유사시를 대비해 약관 개선도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연맹도 관련 사항을 논의 한 뒤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뿐만 아니라 업계도 감염병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예식 문의가 전년에 비해 절반 가량 줄었다. 고객들이 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을 기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더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신민경 쿠키뉴스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