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도 안되고… ‘투표율 높이기’ 고민 큰 선관위

입력 2020-03-12 04:07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15 총선 투표소 방역 문제와 투표율 급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예비선거운동이 사라지고,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줄면서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 의원들은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투표율 하락 등을 언급하며 선관위에 획기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행안위원들은 ‘드라이브 스루’(자동차를 탄 채 투표하는 방식) 도입과 유권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방안 등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낮은 총선 투표율이 더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민주당 서울 지역 한 의원은 “지역 유권자들과 통화해보면 10명 중 선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2명도 안 되고, 나머지는 모두 코로나 걱정만 한다”고 말했다.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 진영이, 투표율이 높아지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게 기존의 통설이다.

민주당이 제안한 드라이브 스루 투표소 제안에 선관위는 난색을 표했다. 박영수 선관위 사무총장은 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리나라 투표 방식이 본인 확인을 해야 하고,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서 기표한 뒤 본인이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라며 “이 많은 절차를 차 안에서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새로 장소를 마련할 수 없고, 통신장치 설치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투표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선관위는 예산 및 마스크 확보 어려움을 얘기했다. 박 사무총장은 “마스크를 안 가져오는 경우를 대비해 800만장 정도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재정 당국이 거부했다”며 “마스크는 현재 공적 관리 중이어서 확보가 어렵다”고 했다. 다만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장관이 재정 당국과 협의해보는 건 어떠냐’고 하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투표율을 50%로 하면 1000만장 이상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을 저희가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선관위 자체적으로도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면서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선관위는 우선 선거 사흘 전부터 투표소 방역을 실시하고, 당일 투표 관리 인력은 전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게 할 방침이다. 이미 선관위는 전국 투표소에 비치할 체온계와 손세정제, 투개표 관계자가 사용할 마스크·장갑 등을 대량 구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투표소 앞에서 체온을 측정해 37도 이상 발열 증상 시엔 투표소와 분리된 임시 기표소로 이동해 투표하게 할 방침이다.

선관위는 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거소투표’도 시행하기로 했다. 거소투표는 몸이 불편한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지 않고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투표하는 제도다. 다만 거소투표는 신고 기간인 이달 24일부터 28일까지 확진 상태에 있는 유권자에게만 해당한다. 선관위는 이후 발생하는 확진자 등에 대해선 ‘이동식 사전투표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 사무총장은 “확진자들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집단으로 있다면 사전투표기간 방역 대책이 세워진 버스나 차량을 이용해 투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재외국민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박 사무총장은 “이탈리아는 이동이 제한돼 재외공관(대사관·영사관) 투표가 어려울 것 같다”면서 “외교부와 상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신재희 이현우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