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만남

입력 2020-03-12 21:16

외투 속
맞잡은 손
숨기고 나면
예쁜 매듭이었다

이제 내 주머니들 속에서는
잘린 손들만 가득
꿈틀거리며
팔목을 잡는다

아직
따뜻하다

혼자서도
가장 뜨거운 리본을 만들 수 있다

최현우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중

시집에는 간간이 잘린 손이나 손가락에 관한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아마도 이것은 상실이나 비관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위에 소개한 ‘만남’에서도 시인의 외투 호주머니에는 잘린 손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한때 이 호주머니에는 누군가의 손과 깍지를 낀 시인의 손이 들어 있었을 게다. 최현우는 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젊은 시인으로,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는 그가 내놓은 첫 번째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