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앱 믿었다가 헛걸음

입력 2020-03-12 04:06
공적 마스크 판매처와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과 웹 서비스가 시작된 1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앱 화면에 ‘마스크 있다’고 표시된 약국만 6곳을 돌았는데 아직도 못 구했습니다. 1시간째 허탕만 치고 있어요.”

서울 구로구 대림동에서 만난 이모(52)씨는 11일 오전 일찍 오토바이를 타고 ‘마스크 구하기’에 나섰다.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아내가 깔아준 마스크 알리미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었다. 이씨는 “분명히 재고가 있다고 뜨는데 어떤 약국은 소진됐다고 하고, 어떤 곳은 재고는 있는데 오후 1시부터 판매한다고 해서 못 샀다”며 허탈해 했다.

정부가 약국의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을 공개하면서 이날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와 굿닥, 똑닥, 웨어마스크 등 ‘마스크 알리미’ 앱이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현장의 혼선은 계속됐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약국의 마스크 재고 현황이 앱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씨가 방문했던 대림동의 한 약국은 전날 팔고 남은 재고가 앱에 반영됐는데, 약국 문을 열자마자 매진된 사실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약사 A씨는 “오전에 마스크를 다 팔았다고 시스템에 입력했는데, 여전히 마스크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표시된다”며 “오후나 돼야 제대로 반영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설명하는 동안에도 몇몇 손님이 찾아와 마스크 구매가 가능한지 물었다.

마스크 재고가 있는 약국이 앱 화면에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부 약국에서는 구매자의 중복 구매 여부를 확인하는 ‘중복구매확인시스템’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판매에 애를 먹었다. 앱 화면에 ‘마스크 충분’이라고 표시된 서울 관악구의 한 약국에서는 200장 이상의 마스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시스템 서버에 접속하지 못해 2시간째 마스크를 팔지 못하고 있었다. 약사 유모(56)씨는 “구매자의 출생연도를 확인하고 입력해야 판매할 수 있는데 서버 접속이 아침부터 안 되고 있어 속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앱이나 포털서비스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도 문제다. 서울 구로구의 약국에서 만난 이철림(62)씨는 “그런 앱이 있다는 얘기도 처음 듣는다”며 “스마트폰이 있어도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주고받는 정도인데 (마스크 알리미 앱을) 어떻게 쓰겠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약국에서 앱 설치방법 설명을 한참 들었지만 끝내 포기했다. 그는 “다른 약국에 가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그래도 요일제를 실시한다고 하니 1주일에 한 번씩 돌아다녀 보고 그래도 없으면 포기해야겠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