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화상면접 바람… 기업들 채용 트렌드 바뀐다

입력 2020-03-12 04:03
코로나19 여파로 잠정 중단했던 채용을 화상면접 방식으로 다시 진행키로 한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대구에 거주 중인 강모(23·여)씨는 화상면접을 통해 면접관을 만났다. 화상통화 프로그램을 띄운 노트북 앞에 앉아 자기소개를 하고 면접관의 질문에 답했다. 면접 후 정장을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돌아가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강씨는 11일 “지방에 살다보니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까지 가는 게 부담스러웠다”며 “화상면접으로 교통비도 아끼고 육체적 피로감도 덜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채용시장에 ‘화상면접’이라는 대안이 등장했다. 기업이 내놓은 궁여지책에 구직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종업원 수 300인 이상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26개사 중 27.8%는 올해 상반기 채용을 축소하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 명도 뽑지 않기로 결정한 기업은 8.8%,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은 19.0%였다.


이 조사는 지난달 5~19일 진행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한 영향을 일부만 반영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기업 고용시장은 훨씬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은 ‘언택트(비대면) 채용’을 발표했다. 직접 구직자들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그들과 눈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라인플러스는 지난 10일 신입사원 공개채용의 절차를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원서 접수부터 코딩 테스트, 두 번의 면접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화상면접을 통해 이미 경력직 구직자를 만난 LG전자도 있다. LG전자는 이달 진행한 경력직 채용 과정 중 실무면접 절차를 화상면접으로 진행 중이다. 경력직 구직자는 실무면접과 임원면접 등 두 차례의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데, 임원면접의 화상면접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도 진행 중인 경력직 채용과 신입사원 수시채용 과정의 대면면접을 모두 화상면접으로 대체한다. 이전에는 해외에 체류 중인 구직자의 면접에만 화상면접을 활용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은 화상면접을 대안으로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화상면접의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추후에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구직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지난달 화상면접을 경험한 정모(25)씨는 “함께 일할 동료를 미리 만나거나 사무실을 구경하지 못해 아쉬웠다”면서도 “준비했던 사진이나 표 등 시각적 자료를 보여주기에는 화상면접이 더 수월했다”고 평가했다. 스터디룸을 빌려 화상면접을 본 이모(24·여)씨도 “면접장에서는 타 지원자와 비교하게 돼 주눅 들곤 했다”며 “면접관과 오롯이 둘만 있는 느낌이라 긴장이 덜 됐다”고 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