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경영권 승계’ 논란 이재용 대국민 사과 권고

입력 2020-03-12 04:07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를 권고한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이하 준법위)가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무노조 경영 포기도 주문했다. 삼성은 충실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선 삼성이 준법위 설립 취지에 따라 권고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준법위는 11일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에 이런 내용의 권고문을 보내고 ‘30일 안에 회신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준법위는 “삼성그룹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승계와 관련이 있다”며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던 데 대해 이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준법위는 또 이 부회장에게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와 관련해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에게 공표하라”고 주문했다. 준법위는 관계사들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지배주주의 이익과 동일하게 존중하고, 일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라는 제안도 권고안에 포함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을 직접 하라는 권고했다. 아울러 노동 의제와 관련해 삼성 계열사에서 수차례 노동 법규를 위반한 점에 대한 반성을 하고 사과하라고도 했다.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이 기업가치에 커다란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지적한 준법위는 “노사가 노동 법규를 준수하고 화합·상생하는 것이 지속가능 경영에 도움이 되고 자유로운 노조활동이 거시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형량 감경을 위한 ‘면피용’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준법위는 “이 같은 회의적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 부회장과 관계사 모두가 관련 조치를 마련해 공표하라”고 했다.

삼성은 권고를 충실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준법위 설립 이유 자체가 앞으로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권고안을 충실히 검토해 답변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삼성이 준법위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합법적 경영권 승계와 노조 허용은 시대 흐름에 따라야 할 것”이라며 “권고대로 이 부회장은 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있었던 탈법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포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간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1등 기업인 삼성이 준법 경영 면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필요가 있다”면서 “삼성의 기업 문화가 바뀐다면 국내 다른 기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한 재계 관계자는 “관련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사과를 요구한 부분은 삼성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